I'm in Tallinn, Estonia, but..

체코를 들러 에스토니아의 탈린에 와있다..

나의 해외여행 횟수로 보자면 족히 10회를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짐가방을 탑승 수속시에 부쳐버리면 불이익이 있다는 말을 여러번 들어온 터라, 한번도 탑승 수속시에 맡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짐가방의 크기가 큰 경우에는 들고타기 매우 귀찮을 뿐더러, 항공기를 갈아타는 경우에는 노트북과 짐가방이 말 그대로 엄청난 짐이 된다.

지난 번 깐느에서 먹는 문제로 심히 편하지 않았던 생각에 이런 저런 먹을 것과 장기 체류를 대비한 옷가지를 넣다보니 예전보다 짐이 늘어나기에 큰 가방으로 바꾸고, 남는 공간에 카메라까지 넣어가야겠다 싶어 벽장속에서 썩어가던 카메라를 넣고 홀가분하게 탑승수속시에 가방을 그냥 맡겨버렸다. 항공사 직원에게 수화물이 지연되어 늦게 도착할 일은 결코 없을 거란 얘기까지 확실히 듣고 말이다.

인천공항에서 예기치 못한 원인으로 출발이 50분이나 지연되었으나, 다행히 프라하에는 갈아타기 50분 전에 도착해서 갈아타는 항공기에 모든 수화물이 무사히 옮겨지는 듯했으나, 탈린에 도착하고 보니 나를 포함해서 짐을 부친 일부 한국 사람들의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평소에도 다반사로 일어나는지 항공사 직원은 몹시 불친절했고, 가뜩이나 분실물이 많다는 체코에서 화물이 지연도착한다기에 뭔가 분실되는 게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됐었는데, 예상대로 탈린 공항에 도착한 짐에는 업무용으로 가져온 노트북은 그대로 있었지만 이국의 모습을 찍어가려고 가져온 카메라는 들어있지 않았다.

중요한 수화물을 항공기에 들고 타지 않은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화물이 지연되지만 않았더라도 카메라를 훔쳐갈 시간은 없었을 거다. 항공기에서 짐이 옮겨가기 비교적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것만 이곳에 도착한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의 수하물은 모두 지연도착했고, 그 중에서 내 짐에 들어있던 카메라가 분실되었다는 걸 보면, 다시 말해 지연된 짐은 누군가가 모두 열어서 확인해본 후 그 중 쓸만한 물건만 가져간다는 얘기가 된다. 어차피 항공사에서 수하물에 포함된 귀중품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하고 있으니, 나와 같이 카메라를 항공기로 들고타지 않는 띨띨한 사람들은 백발백중 도난당할 수 밖에 없단 이야기가 된다. 다시말하자면, 수화물에 들어있는 항공사가 보호하지 않는 물건들은 누구든 훔쳐가도 된단 말도 된다. 조금 더 발전시키자면, 분실한 사람들이 신고할 만한 물건들은 모두 보호해주지 않으니 그렇지 않을 물건은 당연히 보호가 안된단 얘기가 된다.

물론, 수화물을 통째로 잃어버린다면 물건의 중량에 비례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수화물에 무거운 돌덩이를 잔뜩 집어넣고, 누군가 훔쳐가 주었다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가? 결론은 뭐가 되었든 항공사에서 수화물의 분실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얘기와 같다. 안 훔쳐갈 물건은 어차피 대충 실어줘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을테니 언젠가는 도착을 할테고, 훔쳐갈 물건을 실은 것은 당사자의 잘못이니까..

사실 출장 갈 때, 카메라는 거의 들고 다닌 적이 없는데 모처럼 생소한 곳에 간다기에 순진한 맘이 발동했다. 같이 오신 다른 분들 중에도 카메라를 가져오신 분들이 여럿 계시다. (사실 아저씨가 되서 내 모습이 찍혀지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는다. 다만 에스토니아와 같이 여간해서 잘 오지 않을 생소한 곳에 왔다갔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을 뿐이지)

체코에 자주 왔다갔다 하는 주위 분들 중에서 유난히도 분실/도난이 잦은 물건이 카메라다. 버스에서든 트램에서든 잠시만 주의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도난을 당한다고 한다. 작년에 체코에 여행간 지인들은 무려 3대의 카메라를 잃어버렸으니까..그일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지 이렇게 황당하게 내가 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올 4월에 느낀 거지만 순진한 맘에서 체코에서 뭔가 찍어보려고 카메라를 가져오는 분들이 있다면 나는 말리고 싶다. 찍을 것도 별로 없을 뿐더러, 괜히 잃어버려서 맘상하느니 가져오지 말라고..차라리 가져오려거든 잃어버려도 아쉽지 않을 것으로 (1회용 코닥??) 가져오라고..

카메라가 가방에 들어갈 때 잠시 낯선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게 남의 물건이 되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뭔가를 잃어버릴 것 같은 예감 말이다. 이걸 느끼면서도 혹여 후회할까봐 다시 가방에 넣은 기억이 난다.

3년간을 같이했던 물건인데, 욕심에 렌즈하날 더 넣었다면 몹시 속이 쓰렸을 뻔 했다..

다음은 이번 사건을 통한 교훈이다..-_-;

경유지가 없는 여정일지라도, 아무리 무거운 짐을 들고 타게 되더라도, 항공사 직원이 들고 타지 말라도 뜯어 말리더라도, 모든 짐은 들고 타자.

우쒸..이번 출장은 적자다..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