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앰프 프로젝트 그대로 진행?

그간 Tone Brewery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꾸려가면서, 최근들어 블로그를 처음 열 때의 자세와 많이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된다. 나 나름대로 평소에 기타와 앰프에 대해서 생각 나는 것들을 대략적이나마 메모지처럼 정리해놓자는 것이 취지였는데, 요샌 거의 휴일 맞이 기타 후리기에 대한 기록만 남기기에 급급한 것이 사실이다.

얼마전이라고 하기엔 보다 과거에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다. 여기를 누지르시라.

모듈러 프리앰프를 표방하며 과감하게 아크릴로 반 누드 케이스로 진공관 프리앰프를 만들겠단 시도였다. 그간 회사일이 많이 바빠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곤 하지만, 그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어,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대충 적어보자면,

그러나, 어제 밤 창고에 굴러다니는 아까운 전원 트랜스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프리앰프에 다소 어설프긴 하지만 LPF로 대충 때워주면 레코딩할 때 아쉽지 않은 소린 얻어낼 수 있을 것 같고, 물론 그래픽 EQ를 사다가 붙여도 된다. 신기한 것이 아날로그 그래픽 EQ가 이상하게도 디지털 EQ보다 막강하단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앰프 헤드의 형식으로 만들어야만 되지 않을까 했던 기타 앰프도, 기왕이면 분리형으로 만들어도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분리형을 꺼리는 이유는 phase splitter 이전에 적어도 12AX7 절반으로 버퍼를 하나 만들어야 해서, 12AX7이 쓸데 없이 1개 더 필요하단 문제 때문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숨은 뜻은 어차피 프리앰프가 홀로 존재해봐야 파워앰프와 캐비넷이 없이는 의미가 없고, 스피커 시뮬을 써봐야 그다지 좋은 소릴 기대하긴 어려우므로 결국 앰프 헤드의 형태로 되어있어서 LoadBox와 같은 더미로드 + 스피커 시뮬이 있어야 된단 의미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기에 앰프 헤드를 아무리 잘 만들고, 최신형 LoadBox를 사다가 시뮬레이트 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케비넷을 가지고 좋은 환경에서 마이크를 대지 못하는 이상,Line6의 Toneport보다 좋은 소리를 뽑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그만큼 Line6에서 cost-effective하게 잘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단지 좀 아쉬운 것은 프리앰프 디스토션 이후에 파워 앰프에서 풍부한 하모닉 성분을 얻어서 강하게 뻗어나가는 소위 댐핑감있는 소리가 아니라, 녹음했을 때의 소리가 다소 먹먹하다는 단점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무거운 앰프 헤드를 켜두고 작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나 잘 쓰는 세팅을 프리셋으로 저장해놓고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이라든가, 단순해보이지만 매우 요긴하게 쓰이는 게이트 및 그외 stomp box effect 등등은 퀄리티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펙트의 퀄리티를 문제삼는 사람들이 종종 있긴 하지만, 이펙트를 제외한 나머지 제반 여건도 그렇게 훌륭하지 못하기에 적정 수준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쯤에서 결론을 내려보자면..

프리앰프를 모듈러로 꾸미거나 파워앰프를 분리형으로 만들고 여기에 LoadBox를 쓰는 일 자체가 모두 의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노력에 비해 그 결과가 그리 크지 않으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은..

아날로그 회로를 최대한 digital로 잘 모델하는 것이다. 이것이 여태 완벽하지 못한 이유는 기타 앰프의 특성이 전혀 linear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linear했다면 모델링을 위한 모든 파라미터는 단숨에 구해졌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power amplifier와 cabinet 특성을 흉내내는 것이다. 사실상 프리앰프는 hard-clipper에 가깝다. 프리앰프에 따른 비대칭 특성이나 clipping 이전에 spectrum 모양을 어떻게 shaping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다만 이 소리가 얼마나 (사람이 듣기에) 깨끗하게 들리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파워앰프와 케비넷의 다이내믹한 특성에 달려있다고 봐야한다.

일단 만들어진 모듈러 프리앰프는 원래 의도를 최대한 살려서 금속 케이스에 넣고 작업해야할 것 같다. 어설픈 캐비넷 시뮬도 넣어줄까한다. 분리형 파워앰프 계획은 일단 없다. 별로 cost-effective한 방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