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채용과 구조조정..

전자회사에 다닌지 이제 햇수로만 6년째다..

국내 전자회사는 손에 꼽히는 대기업과 그보다 작은 중소기업, 그보다 훨씬 작은 벤쳐들이 많이 있다. 솔직히 나의 경우는 학교 다닐 때 이런 저런 이유로 벤쳐에서 한 두번 몰래 바이트를 했던 걸 빼면 사실 거의 아는 바가 없고, 대기업에 대한 경험이 전부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놓고 보면 지극히 원리에 입각한, 다시 말해 졸업하고 나가서 해당 분야의 뭘 하게 되든 초심자 수준을 간신히 면하게 해주는 수준의 지식이 전부다. 그것도 석사과정 정도 마쳤다고 했을 때 그렇단 얘기다. 박사과정의 경우는 좀 달라서 자신의 연구 분야가 산업체의 연구 분야와 연관성이 높을 경우에는 졸업하고 실무에 들어가서 앞서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전혀 동떨어진 분야라면 오히려 회사에서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석사과정마저 졸업하지 못한 사람만 아는 게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를 졸업했다면, 아예 깡그리 새로 배울 생각을 하고 들어와서 학부에서 가르쳐 준 내용 뿐 아니라 대학원 수준에서 가르쳐야할 기본적인 이론들을 배우면서 실무를 해야하는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 잘 해내겠다는 의욕이나 열의가 있다면 이른 나이에 실무와 이론을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산업체는 학교와 달라서 돈을 내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마련되지 않는다. 누가 옆에서 착실히 가르쳐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해야 옳다. 또 대기업 같은 경우는 인력개발 관련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실무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배들은 사실 일하기도 바쁜 터라 신입 사원들을 교육할 시간 여력이 없고, 이런 프로그램에는 대개 회사와 친분이 있고 외부 사람들과 친분도 쌓을 겸 짭짤한 용돈벌이로 오시는 교수님들이 맡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겠다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본다.

어쨋거나, 최근의 전자회사대기업의 경우 규모가 워낙 크고 개발하는 제품의 수며 종류도 많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개발 생산하는 것들까지 있어서, 막상입사하고 나니 나와 관련된 분야의 것들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한 가지 분야도 단계별로 워낙 세분화 되어 있는 데다 각 분야의 깊이도 아무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사실에 놀라게 된다.

막상 내가 그것을 전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단 사실이 창피하지 않을 만한 이유가 이 분야의 제품과 관련된 영업이며 기획 부서에서는 말 그대로 일반인이 알고 있는 수준과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아는 게 없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