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정신..

중학생 시절..학교의 교훈이라는 것이 ‘주인정신’이란 걸 바탕으로 한 것이다. ‘주인정신을 갖자’, ‘주인 정신을 갖는 미래 인재 양성’ 등등..모든 학교의 표어가 ‘주인정신’이란 게 들어가 있었다고나 할까.

그 시절 아침 조회때 마다 ‘주인정신’을 역설하시던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일생을 그 ‘주인정신’이 가득한 상태로 살아오셨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었다. 교장이란 직책이 ‘주인정신’이 투철한 상태로 살아왔다면 쉽게 얻어지기 어려웠을텐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지금 들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주인정신’ 가득한 그 학교를 졸업한 내가 왜 여태 이런 식으로 ‘주인정신’이 박약한 상태로 살아와야만 했는게 후회가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솔직히 부모의 보호 아래 부모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의식주를 꼬박꼬박 섭취하는 중학생이 ‘주인정신’을 갖고 자기 인생을 자기가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그에 따른 엄청난 책임을 (인생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중학생이 떠안기엔 너무나도 큰 것 아닐까?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학군에서도 성적이 그리 좋지 않고, 생활 형편이 좋지 않은 친구들이 많이 다녔던 학교라 아마도 다른 사람 눈치보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자기 인생을 결정해서 살아가라란 지극히 현실적인 교훈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불행히도 일찌감치 자기 진로를 결정해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던 아이들은 학교 생활이 순탄했을리 없다. 주위 아이들의 생활에 대해서 몹시나 무관심했던 나였지만, ‘주인정신’을 실천하다가 학교에서 불행한 경우를 당하는 아이들을 많이 봐왔으니까. 그것도 졸업할 때까지 말이다.

어찌되었거나, 그 아이들의 그 결정은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이라고 보기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한동안의 ‘호된 매’를 극복하고 나면 되는 것이었으니. 오히려 그 아이들은 나머지 인생 살이에 있어서 지극히 ‘주인적’ 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렇게 주위의 눈치를 안보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생각대로 결정한다는 게 나에겐 그리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선택과 결정의 시간에서 내가 했어야 할 결정들은 쉽게 말해서 내가 그렇게 결정을 내려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하지만 난 어느 것이 나에게 좋을지는 모를, 그런 결정들이었다. 그 결정 이후에 떨어질 ‘호된 매’가 두려웠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그 호된 매에 언젠간 굴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미래관에 기인했을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조금이라도 주위의 눈치를 덜 보게 되면서 무엇인가를 결정하게 된 것은 삼십대 중반이 다 되어서였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주인정신을 갖고 였다기 보단, 누가 보더라도 흐름에 역행하는, 그렇게 결정했다가는 잘못될 확률이 높은 것에 대한 일종의 모험과도 같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결정에 따른 ‘호된 매’는 정말 오랫동안 날 괴롭히고 있다. 그리고 그 호된 매가 언제 그치게 될지 모르지만, 이젠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조만간엔 내가 굴복하게 될 것 같은 상황에 있고, 굴복하지 않으려면 또 다른 큰 결정을 해야한다는 것. 이 결정에 따른 새로운 책임은 그동안의 ‘호된 매’에 비교하기 힘든 더 호된 매가 되란 걸 알고 있단 것이다.

다시 말해, 굴복이냐 아니면 그렇지 않음에 의해서 내려지는 한없은 호된 매를 선택하는 단계에 왔단 거다..내가 바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