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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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반을 디스크 때문에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으로 시달리고 나니, 모든 의욕이 제로에 가깝게 떨어졌다. 이참에 아예 배째고 한두달 푹 쉬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있다. 사람을 기계 부품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무식한 회사넘들 꼴보기도 이젠 정말 구역질 날 정도고. (돈이 웬수다 젠장할) 어쩌다 몸살이라도 날라치면 허리부터 쑤시다. 다리는 신나게 얻어맞은 뒤 1-2주 지났을 때의 느낌이랄까. 일상생활엔 지장없지만, 꾹 눌러보면 속에 멍이라도 들어있는 듯 아프다. 물론! 몸 상태가 좋을 땐 극히 일부기능의 제한을 받는 것 외엔 아무렇지도 않다. 가까운 사람들이 날 볼 때마다 물어본다. 무슨 치료 같은 거 받지 않냐고. 수술 안하냐고. 하지만, 전반적인 상태는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니 뭘 어떻게 하기도 애매하다. 운동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이 하고 있는 터라. 누가 이런 사람을 디스크 탈출증 환자라고 하겠냐.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신체 능력이 70% 수준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늘상 허리에 신경써야 되고, (겁이 나서) 오래 앉아있지 못한다. 전에 비하면 달리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허리를 굽히는 일도 통증은 없지만, 몹시 신경쓰인다. 그리고 둔해진 엄지 발가락의 감각도 이러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닌지 원.. 이러다가, 상태가 많이 좋은 날엔 열심히 운동하고 애쓰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만..터진 타이어가 스스로 원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_-; 하지만, 실이 있으면 득도 있달까? 예전에 비해 좋아진 점은 있다. 내가 나와 내 주위를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내가 한창 때 나이와는 거리가 있고, 그동안 내가 내 몸에 가한 온갖 악행 (운동 안하기, 안좋은 자세로 과로하기, 건강에 신경 쓰란 고마운 말들 흘려듣기)에 대해서 다시 알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왜 몸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지도 알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내가 나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옳은지 매일 매일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 정답은 쇱게 알 수 없지만 생각한다는 자체가 어딘가. 그리고 정상인이라면 누릴 수 있는 모든 일상 생활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되었다는 점! 달리고 싶을 때 달리고, 걷고 싶을 때 걷고, 눕고 싶을 때 누울 수 있는 신체적인 자유가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혜택(?)이 아니란 걸 뼈저리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