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바꾸다..

필명을 평소 좋아하는 단어로 바꿨다. 영어 발음으로 된 필명은 대소문자를 바꿔 별별 방법을 다 써서 조합해도 전부 사용 중이라 한자로 필명을 써봤다. 살다보니 어느 시점엔가 나도 섬겨야 될 주인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아니, 애초에 그런 게 없었던 것인데, 혼자 착각하며 살았다가 뭔가 깨닫은 바가 있어 꿈에서 깨어버렸던 것이겠지. 뭔가에 홀려버린 듯, 참으로 오랫동안이나 누군가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게 제대로 살아가는 거다라는 생각이 날 지배했던 적이 있다. 또한, 당장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긴 많이 미약한 것 같고, 미래의 그 때를 위해 평생을 준비해야한다는 생각도 하며 살아왔던 것도 같고 말이다.  이미 꿈에서 깨어버린 이상, 그냥 난 날 위해서만 살 뿐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의 겉 색깔이 무엇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 되면 어떤가. 나만 만족하고 나만 즐거우면 됐지. 아무리 더럽고 악취나는 시궁창이라도 그것이 지상 낙원이라 믿으면 그러려니 하고 살던 ‘꿈같은 시절’이 지나버린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날 지탱해주고 끌어주던 어떤 대의명분이란 게 없어진 거다. 나에게 있어 매일 매일의 순간은 혹시나 미래에 다가올 기회에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준비과정으로만 느껴질 따름이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잘 되기 위해서, 상징적인 무엇이 잘 되도록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날 희생하는 것이 옳다고만 느꼈던 것은 그저 나의 오랜 개꿈에 불과할 뿐이다.  더 이상 누구에게든 충성할 수 없다. 그저 날 위해 다른 이들과 협력할 뿐이다. 나혼자 잘되는 것이 쉽지 않고, 그저 다 같이 잘되는 게 좋은 거니까.  그 따위 같잖은 대의명분을 앞세워 순진한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도 같은 성장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쓰레기들..오늘도 두발 뻗고 잘들 주무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