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가 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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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때문에 온나라가 시끄럽다. 정부부처가 이전하면 여러 가지로 번거롭고 불편하게 되신단다. 정무를 처리함에 있어 신속하게 처리할 수가 없게 되신단다. 그 대신 대학교, 연구소를 세워놓으시겠단다. 다른 지역에 투자하기로 한 사업들도 왠만하면 세종시에다 하랍신다. 서울에 있어 이름붙은 서울대 마저도 세종시에 가져다 놓으신단다. 그것도 이과계통의 학과들만 주르르 증원해서 확장을 하신단다. 서울에 있어 서울대인데, 세종시에 가면 세종대가 되는 것인가? 세종시에 가게 될 (무늬만) 서울대 학생들은 아무래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것 같다. 그런데 왜 그게 이공계 학과에만 한정되는 것인가? 서울대라도 이공계 학과는 이제 더 이상 서울대가 아니란 말과 뭐가 다른 것인가? 옮겨가는 연구소도 죄다 IT 업종이란다. 산업 시설도 죄다 (이공계 사람들이 일하는) 개발/제조업종이란다. 만만한게 말없이 일만하는 이공계 사람들이냐? 이공계사람들은 서울 거주하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냐? 왜 공기좋고 조용한 곳엔 이공계 사람들만 보내느냔 말이다. 공부하는데 이래 저래 많은 기자재가 필요하고 그것들을 수급하기 편한 서울에 있어야 할 학과들은 죄다 내려보내고, 오히려 이거 저거 필요없이 책과 공책, 연필만 있으면 되는 법대나 상경대 문과대는 안가는 것이냐는 말이다. 어차피 지금 칼자루 쥐고 있는 놈이 원하는 바가 그거라면 눈 먼돈이라도 바라보고 돈 좀 있는 놈들은 연구소다 학교다 지어놓고 단물 좀 빼먹을 때 쯤이면 아무 죄 없이 횡한 동네에 가족까지 데리고 내려간 사람들 적응 좀 되나 싶을텐데, 결국에 칼자루 쥐고 있는 놈도 내 책임 아니다 내 뺄 거고, 단물 빼먹은 놈들도 하나 둘씩 빠져나갈 거고, 그저 순해 터진 이공계 사람들만 따 되는 거지. 왜 이 상황에 그 옛날 황무지를 개간하며 살아야했던 민초들이 떠오르는 것일까? 하긴 그 외딴 동네로 내려가 계시면 돈 푼이라도 뜯으러 다니기도 힘들거니와 좋은 곳에서 접대 한번 받으시려면 먼곳으로 행차하셔야 되니 괴롭겠지. 아들딸 좋은 동네에서 교육시키려는데 마눌한테 구박 당할 것은 뻔한 지경인거고. 너희들에게는 하기 싫은 일인데 이공계 사람들은 왜 해야 되는거냔 말이다. 이게 다 늬들 때문에 발상이 이루어지고 계획까지 나오게 된 것인데, 왜 그걸 멀쩡히 일만하고 있는 이공계 사람들에게 덧 씌우느냔 말이다. 내 진작에 이공계가 홀대받는 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나랏님한테 홀대를 당하고보니 이공계 진학하겠다는 자식을 뜯어말리지 않으신 부모님이 원망스럽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이공계 학생들의 자질이 심히 떨어진다는 둥 불평들은 많은 반면, 개선하기 위해 뭔가 해놓는 놈들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어떤 CEO는 이런 경제 불황이 계속되야 싼값에 질좋은 엔지니어를 많이 데려다 쓸 수 있단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고 있는 상황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런 상황에서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이공계 진학시키겠는가? 기껏 공부시켜놔봐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황무지로 쫓겨나며 살게 될 것을. 항상 이런 저런 정부시책의 희생이나 당하며 살 게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