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적 사고..사고의 전환?

다른 사람들이 진작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깨닫고 저마다의 생존 방식을 찾아 자리 잡는 동안, 아마도 난 삶과 사회와 관련 없는 일로 골머리를 썩으며 지내왔나보다. 새벽이 다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 옛날 희망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끝이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비극적 결말을 가져오게 될 것이란 회의적인 사고만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앎의 폭이 더 커질 수록, 생각의 깊이가 더 깊어질 수록, 더 많은 경험이 쌓여갈 수록 세상은 그냥 그러려니하고 살아가야 하는 하나의 불가항력 그 자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을 뿌리치고 대항하려고 했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엄청난 리스크를 운이든 슬기든 빽이든 도움을 받아 헤쳐나갈 수 있다면 나름 승리감에 취해 살아갈 수 있겠지만. 그 역시도 뒤이어 돌아오는 펀치들에 대해서도 끝없이 대항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어 결국엔 KO를 당하거나, 아니면 일단 세상과 맞짱떠서 뭐라도 조금 거머쥐게 되면 나도 세상의 한 부분이 되어 순응하지 못하는 자들을 깔아뭉개며 살아가게 되는 것인가보다. 그렇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읽어왔던 책들에서 그런 이치를 깨닫게 해주려 애썼는지 모르겠다만, 난 그저 그게 그렇게 무릎꿇게 된다는 것이 마냥 싫어서 중도에 읽기를 포기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덕택에 반 늙은이가 되어가는 이 나이에도 정신 못차린단 소릴 들어 마땅한 생각도 자주하고, 때로는 세상에 희망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떠들어대는 이들에게 속아오며 살아온 것이 야속해하기도 한다. 내 주위에는 그런 이들에게 지독한 증오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까지 있으니, 난 그나마 나은 편인 듯 싶다. 어쩌다 신문을 보거나 뉴스를 들을 때에나 생각을 하니 말이다. 가까운 선배와 어쩌다 가끔 세상 돌아가는 얘기, 특히 내가 연관된 세상의 얘기를 하면서 이 역시 또 수없이 반복되어온 뻔한 스토리의 사기극이 아니겠느냐는 나의 해석을 늘어놓으려치면 나에겐 쓸데없는 삐딱함이 심하다며 그만하란 얘길 듣곤 한다. 아마도 그 분은 나의 단계를 이미 오래전에 극복하시고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 ‘100개 중 단 한개의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만 보기’ 신공을 터득하신 모양이다. 하긴 그 선배님과 같은 위치에서 아랫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어야 자신의 위치도 보장이 되는 상황이니 그럴 수 있다고 일편 이해는 되지만. ‘글쎄, 그렇게 자기 자신을 어떻게든 속여넘겨서 그것을 발판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속이며 살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정말 나에게 희망이 될만한 껀수가 있을까? 물론 있겠지. 그게 가만히 앉아서 희망이나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도 와닿을 정도면 그게 희망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적어도 내가 바라는 희망이란 거. 고작해봐야 남보다 잘 살고 행복하게 되자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남들이 다 잘 살게 되고 다 행복하게 되면서 나 역시 그렇게 되는 것. 그게 가능한 일일까? 도대체 난 뭘 바라고 살고 있는 것인가? 가만히 앉아서 남들이 나에게 희망을 만들어주길 기다리며 살아왔다는 얘기밖엔 안된다. 제발 정신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