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수동렌즈 콜렉터가 되는 것 아닐까?

올 2월에 A7과 28-70 번들렌즈를 마련한 이후로 Canon FD 28mm F2.8, 50mm F1.4, 또 가격이 너무 싸서 들인 FD 80-210mm F4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Fujian 35mm F1.7도 가지고 있는데 쓰진 않는다만. 얼마전에 Canon FD 35mm F2.8을 낙찰 받았고, 좀 있다 Rokinon 85mm F1.4에 Canon FD 24mm F2.8까지 다 들이게 되면 24/28/35/50/85/80-210에 이르는 내 카메라 역사상 최대의 렌즈 군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눈여겨 두고 있는 Helios 44 (58mm/F2.0), Mir/Industar와 같은 러시아 렌즈까지 더하면 특별히 찍을 것도 없는 내 일상에 렌즈만 무지하게 많아지는 것 아닐까 하는데, 돌이켜 보면 매일 매일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던 매일 매일이 참으로 소중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그 아이는 카메라만 꺼내면 자기 얼굴이 밉다며 도망다니는 10대가 되었지만 말이다.

골동품 수동렌즈로 렌즈군을 마련하고 보니, 새로 나온 렌즈에 별로 끌리지 않게 되고 렌즈들이 유행을 타는 것들이 아니라 오래 가져가도 될 것 같아서 좋다. 어차피 유행이란 게 다 지나버린 렌즈들이고, 인터넷에 있는 리뷰란 리뷰들은 다 보고 구입을 결정한 것들이라서 더 그렇다.

신기하게도 명품(?) 취급까지 받진 못하는 캐논렌즈이지만 (물론 L 렌즈는 명품 대우 받는다만), 더구나 30여년 전에 만들어진 렌즈이지만, 비싸기로 유명한 최근의 짜이쯔 렌즈에 전혀 밀리지 않는 성능을 자랑한다니 그저 놀랍고 고마울 뿐이다. 사진이 엉망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카메라나 렌즈 탓을 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