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ad 괜찮네..

OrCAD를 오래 쓰다가 사실 윈도우를 안 쓰게 되면서 같이 멀어지게 되었는데, KiCAD는 플랫폼을 타지도 않고 사실 공짜로 배포되고 있는 툴이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로 상당히 괜찮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개인 프로젝트를 함에 있어서 이 정도 툴이 없을 듯 하다. 물론 OrCAD로 작업하는 것에 비해 답답한 면도 없지 않지만, 이게 어디냐 할 정도로 좋은 것 같다. 아직 PSPICE와 연계해보지도 못했고 PCB tool을 돌려보진 않았지만 대부분 이런 CAD 툴을 딱 써보고 손을 놓게 되는 주된 이유는 schematic을 그릴 때 인터페이스가 너무 나쁘거나 그리는 방법이 화딱지가 나게 되어있기 때문인데, 이 툴은 비교적 OrCAD와 가깝고 속도도 나름 괜찮고 군더더기도 별로 없어서 맘에 들려고 하고 있다.

툴때문에 어떤 취미활동을 한다고 하면 좀 웃기지만, 밥벌이가 아니다보니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환경이 잘 구성되어있다고 하면 좋아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한다.

윈도우즈/리눅스/MacOS까지 전부 지원하고 있고, 인터페이스도 이런 플랫폼에 따라 많이 달라지게 되어있지 않아서 좋다. 사실 CAD의 생명은 내가 보기에 좋은 기능들도 기능들이지만 shortcut이 얼마나 잘 되어있느냐가 아닐까 한다. 사실 머릿속엔 어떻게 하고자하는 생각이 있는데 그것을 쉽게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CAD와 같은 툴을 쓰는 것이라 생각을 표현하는 그 과정 자체는 사실상 노가다라서 노가다를 줄여주는 기능이 잘 마련되어있다면 언제든 이런 취미에 빠져들 용의가 있다.

솔직히 전기전자 취미는 내가 봤을 때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부품이 있고 나머지는 사실 노가다로 채워진다. 남의 회로를 그대로 가져다 베끼는 것은 사실 취미라기 보단 노동에 가깝다. 본전도 못 찾는 노동 말이다. 이미 기계가 다 알아서 해주고 마우스 클릭과 카드 정보 넣어주면 나머지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세상 아닌가? 가격도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싸다. 기계가 너무너무 싸게 만들어서 이미 기성품화 된 것을 내 노동을 들여서 만들만한 명분이 별로 없어졌다.

적어도 CAD로 그림도 그리고 simulator도 쓸 정도라면 아이템 자체도 창의적인 것이라거나 남과 다르게 만들겠단 생각이 있어야 되는 것이 맞겠다. 아니면 진공관 앰프처럼 공급이 별로 없는 것이라든가 말이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KiCAD는 예전의 Eagle(지금은 오토데스크사로 넘어간 모양이다)보다 여러모로 편리한 것 같다. 레이아웃이나 오토라우팅을 한번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