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조바심 내지 말자..

나이먹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들이 있다.

인생 너무 빨리 피면 좋지 않다.

돈 맛이나 자리 맛이나 인기 맛이나 일찍부터 너무 강하게 보면 다음엔 더 큰 맛을 보고 싶을텐데, 우주 법칙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니 지금 보고 있는 정도 만큼 계속 맛보게 해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도 않고 하강곡선을 그리는 것이 정답이다.

사람이란게 탐욕과 분노, 또 어리석음으로 똘똘 뭉친 존재이다 보니 인생의 한 순간에 너무 좋은 맛을 보게 되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무드까지 내리막 곡선을 타게 되는 거다. 그 맛이 크면 클 수록 다시 맛보고 싶은 욕심도 커서, 그 맛을 대체할 다른 맛을 찾으려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안좋은 꼬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너무 욕심 내지말고 천천히 가다보면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인생의 단 맛을 보게 될 것이다. 욕심내면 욕심 내는 만큼 내가 지금 맛보고 있는 단맛의 소중함마저 잃는다.

늦게 가면 어떠냐? 누가와서 날 나무란다더냐?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는데 뭘 더 어쩌란 거냐? 지금 빨리가는 것 같아 보이는 이들도 뚜껑 열어보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나보다 못한 삶을 살 수도 있고.

다 저마다 처한 삶의 상황이란 게 있다. 어느 한 면만 보고 내 삶을 비관하며 살지 말자. 내가 가지지 못한 좋은 것이 있다면 나만 가지고 있는 좋은 것도 있다. 쉽게 빼앗아 갈 수 없고 쉽게 이룰 수 없는 그런 것. 다른 이에게 하찮아 보이는 즐거움이 나에겐 엄청난 즐거움이 되는 것들도 많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나도 좋아하란 법이 없고, 그들이 하찮게 여긴다고 해서 내게도 하찮으란 법이 없다. 다른 이들이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서 난 무한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것을 찾아 즐겨라.

미친 놈 소리 좀 들으면 어떠냐?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다 그런 존재들이었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모두가 같은 것을 지향하고 같은 기준으로 삶을 평가하려 들고 누가 잘났니 못났니를 따지고 부터 삶이 내동댕이 치고 싶어졌을 거다.

요새 어린 애들보면 예전보다 더 외모에 민감하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을 특별히 쓰지 않아도 더 그렇게 됐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하든 간에 외모가 따라주지 않으면 힘들어지는 것이다. 또 그렇게 생각하고. 또 외모가 훌륭하지 않기에 내내 인생을 어둡게 살려고만 하는 이들도 있다.

생각해봐라. 너무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어떤 획일적인 미의 기준이 통하는, 쉽게 말해 티비라든가 인터넷 같은 것으로 묶여있지 않은 오지에 가서 우리의 미적 기준이 그들의 미적 기준과 일치하는지 확인해보라.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미적기준이든 사회적/문화적 통념이든 많은 부분이 많이 가진 자가 더 벌어들이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생산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생각보다 그렇게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렇게 착각하고 있을 뿐이지.

사막에서 1-2일만 식량과 물없이 살다나오면 모든 음식이 꿈의 음식이 되고 모든 음료가 꿈의 음료가 된다. 한끼에 수십 수백만원 짜리 식사를 하는 이들은 이게 좋으니 저게 좋으니 불평할 수 있겠지만. 그 역시도 그 맛이 좋다 그 맛이 비싸고 고급 맛이다 하는 것에 세뇌당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음식, 모든 음료는 다 귀하다. 모든 사람, 또 그 사람들이 이뤄내는 모든 일들은 다 소중하다.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바꿔간다. 그게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그들의 의지가 선했다면 의로운 일을 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면 당장에 실수가 있을 수 있어도 좋은 방향으로 변해간다 할 것이다.

인류 역사가 매우 길다고 하는데, 난 내가 살아온 동안의 세상만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야 옳겠지. 그동안의 세상 변화만을 봐도 나쁜 것에서 좋은 것으로 변해왔다. 모든 것이 다 좋아지지만은 않았다고 하고 나쁜 점도 있었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변화는 예전보다 살기 좋아지는 방향이었다.

잘난 사람들처럼 되지 못한다고 해서, 또 지금의 나는 그것과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데 나아가는 것 같지 않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사는 것이다. 잘나고 못난 것은 서로 다르다는 의미이고 또 상대적인 것일 뿐, 절대적인 잣대가 있을 수 없다. 내가 나 아닌 내가 생각하는 잘난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더 행복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 나는 내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때 가장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나를 잃고 누군가의 바램대로 살려고 한다거나 내가 닮아가려는 무엇인가를 맹목적으로 좇기위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이 가장 안좋은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