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osing a song

연습도 잘 안되고 그렇다고 새로운 것들을 연습하자니 재미도 없고 힘들고 해서 곡을 써보기로 한다.

곡을 쓰는 일은 답답한 것에 적응하면 쉬워질 것 같다.

문제는 한방에 좋은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에서 생겨난다.

한번도 자기 곡을 열심히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좋은 곡이 단번에 만들어질 수 없다.

다른 이들의 곡을 너무 카피만 하다보면 스스로가 만드는 아이디어가 조잡하다 생각해서 금방 좌절하게 되는데, 이게 문제다.

잘 나가는 뮤지션들도 처음엔 어설픈 곡을 쓰지만 계속해서 공연하고 연주하면서 가다듬어간다.

스스로 만든 곡이라고 너무 홀대하고 같잖게 생각하면 정말 그런 수준으로 방치하게 된다.

곡을 쓰는데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지만, 많은 곡을 들어왔다면, 또 좋은 곡으로 만드려고 계속해서 갈고 다듬다보면 좋은 곡이 된다.

우리는 너무 카피하는 데 젖어 살아왔다. 어려운 곡 난해한 곡을 카피해서 같은 음색으로 연주하는데만 몰두했지 스스로 곡을 쓰는데는 무관심했다.

유명한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쓴 글을 읽고 그 글을 받아적는데 몰두 했지 내 생각을 우려내어 나만의 글을 쓰지 못한 것과 같다.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내가 그 유명 작가나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쉬운 곡 하나 쓸 줄 모르면서 말이다.

유명 작가의 문체나 어휘를 흉내내긴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을 표현할 땐 유치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의 글보다도 어눌하다.

물건을 잘 만드는 사람들을 보라. 이들은 기성품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스스로 어떻게든 독특하게 만들어보려고 하지.

카피를 잘한다고 해서 아무도 박수치거나 감동받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뿌듯할 뿐. 제 3자는 원본과 비교하려고만 한다. 카피의 단수가 올라가면 스스로가 카피한 곡과 원본을 비교하려고만 하지 그런 곡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귀찮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도 썩 좋지 않다. 이 역시도 운동과 같다. 한해 두해해서 좋은 곡을 쓸 수 없는 거다.

한번 스캐치한 것도 정을 들여 갈고 다듬고 또 다듬다 보면 좋아진다.

자꾸 만들다 보면 나만의 요령도 생기고 쓸만한 template이 생겨서 작업하는 시간은 빨라 질 수 밖에 없다.

남의 곡을 카피하면 선물해 줄 수 없지만, 내가 쓴 곡은 자랑스럽게 줄 수 있다. 비록 혹평이 날아오더라도 상관없다. 음악으로 나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니까.

곡을 쓰는 일은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 것을 사랑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 자체가 힐링이다.


여기까지는 흔한 얘기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곡을 써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나아가야 헛시간 쓰지 않는다. 기타 들고 아니면 건반 앞에 앉아서 아무말 대잔치 하면 끝이 없다. 시간만 들일 뿐 아무 것도 안나온다. 무엇보다도 생산성에 목표를 두자. 어차피 난 돈 받고 일하는 뮤지션과 거리가 멀고 생산한 물건을 누군가에게 팔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다. 일기 쓰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일기를 남들 보다 잘 쓰면 자랑 정도 할 수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차피 보여줄 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면 더 맘편히 할 수 있다 일기 쓰듯.

  1. 어떤 곡을 쓸 지 생각한다. 적어도 컨셉은 있어야 한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말 대잔치 해버리듯 하면 이게 습관이 된다. 적어도 목적을 두고 만들어 버릇 해야 한다.
  2. 곡의 구조를 정한다. 곡의 구조는 어차피 쉬운 구조로 계속 써나가다가 지루해지면 구조를 바꿔서 해보면 된다. 가장 쉬운 구조, 귀에 가장 익숙한 구조로 수천 곡 만들고 생각하자 어려운 구조.
  3. 구조를 짰으면 코드를 정해본다. 이것은 곡의 컨셉에 맞춰 간다. 이게 안되면 리프라도 하나 만들어야 한다.
  4. 곡 구조에 맞춰서 코드 흐름이나 리프 흐름을 변형해서 쓴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할텐데 이런 식으로 습관을 들이면 쓰기 쉬워진다.
  5. 나머지는 계속 다듬는 거다. 그림 그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케치하고 점점 자세한 윤곽을 그려내듯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