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s guitar의 재미

나같은 사람은 대개 밴드라고 하면 기본 구성이 보컬/기타/베이스/드럼의 4인조, 노래를 안부른다 치면 3인조, 기타를 하나 더해서(?) 4인조 정도로 생각한다. 왜 기타를 한 대 더 두는 구성을 생각하느냐 왜 보컬이 없는 구성을 생각하느냐 하면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지 않은 밴드 경험 중에서 보컬을 개념있게 소화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에 ‘이 따위 보컬 차라리 없는 게 낫다’ 하는 생각도 있고 ‘노래방에 없는 노래 하고 싶어 우리와 놀고 있군’ 하는 생각을 하게 했기 때문이지 싶다. 보컬의 노래방 밴드가 되어주기 위해 공들여 이쁜 사운드를 만드려고 하고 머리 터지는/손가락 꼬이는 기타 솔로를 외우고 연습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 다른 파트도 말할 게 없겠지만.

본론으로 와서 이런 3-4인조 밴드에서 혹은 키보드를 더해서 5인조 정도의 밴드가 되고 보면 악기의 난이도라든가 밴드의 사운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낮은 게 베이스가 아닌가 싶은데, 그 때문인지 베이스를 하는 사람도 잘 없고 베이스를 한다면 들어갈 밴드가 많기도 하다. 드럼 주자 같은 경우는 더 희소하고 자기 드럼을 들고 다녀야 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더 귀한 몸이 되시기도 한다. 물론 잘 한다는 가정이 붙긴 하다만.

베이스가 생각보다 난이도가 낮을 것 같긴 하지만 제대로 못하면 밴드 분위기를 망쳐놓는데다가 잘하면 (+드럼) 티안나게 밴드하는 재미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이스와 드럼을 잘 만나는 것도 사실 그 연주자에게 있어서는 또 큰 복이 아닐까 하는데, 그것보다도 베이스 주자 혼자를 놓고 보면 비록 티 안나는 파트이긴 하지만 곡 전체를 내려다보기엔 베이스만큼 좋은 파트도 없다고 본다.

그 이유를 풀어보자면

다른 파트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게 되면 좋은 이유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보다 더 좋은 점은 어떤 음악을 들을 때 베이스를 그냥 귀찮은 음/필요없는 파트?의 느낌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밴드 음악을 맛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인식하면서 듣게 된다는 것이다. 베이스를 치기 시작하기 전보다 음악듣는 게 훨씬 재밌어졌을 뿐더러, 그 때문인지 어떤 경우엔 주 멜로디나 기타의 리듬파트가 아닌 베이스 파트를 흥얼거리고 있게도 된다. 잘 모르는 곡이면 베이스 파트부터 흥얼거리면서 따라가게 되기도 하고.

밴드 음악에서 아무런 악기를 하지 않았다면 보컬만이 두드러지게 들리고 사실 다른 악기는 그냥 노래방 반주처럼 생각되고 ‘그냥 기계로 대체하면 될 것을 사람들이 왜 나와서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실 음악의 재미를 그냥 확 줄여서 듣는 것이나 다름 없다. 밴드 음악이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 스튜디오 뮤지션들이 음악을 만들었으니까 그것을 즐기는 쏠쏠한 재미도 사실 포기하며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찌되었든 베이스라는 악기도 정말 배워볼만한 악기이고 일단 일정 수준의 핑거링과 피킹능력만 갖춰지면 잘 알고 있던 곡들을 따라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사실 악보같은 것은 볼 이유가 없을만큼 연주하기 편한 게 베이스가 아닐까 한다만 그 대신 제대로 리듬을 타거나 맛깔난 베이스 라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뭔가 노력해보는 것도 베이스의 참 재미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