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e speaker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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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시절에 Bose의 bookshelf speaker (301)을 사볼까 했던 기억이 있다. Bose는 최고급 오디오 메이커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또 뭔가 ‘혁신적인’ 오디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쓸데없이 비싸게 받는 회사(?)의 대명사가 되었는데, 살다보니 눈내리던 3월 말에 보스턴에 출장 갔다가 Bose engineering을 지나쳐갔던 기억도 있다. ‘어 이 회사 아직 안망했네?’ 이런 생각이 번뜩 들었으니까.

Bose speaker의 히트작들은 뚜껑 열어보면 좀 황당한 느낌이 든다. 대개의 스피커가 트위터/우퍼가 전면을 향하고 있지만, Bose 스피커는 우퍼는 전면에 트위터는 후면을 (완벽하게 후면은 아니고 +/-135도 방향으로 된 것도 있다)보고 있다. 그러니까 전면에서 스피커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듣기에 다소 쏘는 느낌이 있는 mid/high range의 소리는 반사된 음향 혹은 스피커의 후면을 통해서 약해진 소릴 듣게 만들고 부드러운 저음은 직접 듣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처럼 디지털 음향기술이 발전한 시절에 이런 소리는 쉽게 simulation이 가능하다. 대충 고음만 필터로 분리해서 reverb를 먹여서 믹스하고 저음만 필터로 분리한 것은 direct로 내보내면 된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미친 스피커? ‘야 너 ?아이 야냐?’ 스러운 스피커이다.

인류 역사상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테고 그렇게 해봤더니 소리가 더 괜찮구나 하지 않았던 사람이 없을텐데 그렇게 해서 물건을 팔았더라면 무슨 소릴 들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스피커들이 성공한 이유는 역시 이것은 배경의 힘이 아닐까 한다.

많이 팔린 301 모델도 보면 트위터가 전면을 보지 않는 것도 있고, 후면에도 트위터가 달려있기도 하다. 그 트위터의 방향을 따라가 보면 전면에 달린 트위터는 두 개의 스피커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청자를 향하고 있고 우퍼는 그냥 전면을 바라보고 있다. 나머지 후면의 트위터는 전면의 트위터의 정반대방향을 바라보는데, 그것으로부터 나온 신호가 청자에게 도달하는 경로를 대충 그려보면 단지 좀 더 경로가 길어지게 만드는 효과/잔향을 얻는 효과를 가져다 주게끔 된 것이다.

적당히 방의 크기가 넓고 음파 진행 경로상 방해물이 별로 없는 집이라면 다소 듣기 좋은 소리가 나지 싶다. Bose 301을 가장 자주 마주쳤던 곳들이 대부분 어떤 매장이었는데 공간이 넓지 않더라도 트위터가 뒤를 보고 있으니 어떤 잔향감을 강제로 만들어넣기엔 충분했지 않나 싶다.

어쨌든 이 물건은 잔향이 별로 없는 음원을 듣더라도 재현시에 잔향감을 만들어내는 스피커라 그냥 스피커 그릴을 다 덮어놓고 스피커의 모양새를 확인하지 않고 듣는다면 뭔가 모를 더 ‘현장감’을 주는 그런 스피커가 아니었을까 싶다. 6-70년대에 나오는 음반들을 생각하면 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훌륭한 reverb들은 80년대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별로 그럴 이유가 없다. 고음만 빼내서 잔향을 넣고 그것을 더해서 내보내고 이게 bose speaker의 음색이겠구나 하면된다. reverb를 적당히 컨트롤해서 crosstalk도 적당히 반영하고 잔향의 강약도 조절해서 딱 듣기 좋은 정도로 만들어놓으면 그게 그냥 ‘bose 301 emulator’가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