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좀 배우려고 보니, 정말 세상 좋아졌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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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강의들과 강의 자료가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지 몰랐다. 강의라는 게 말과 실습을 통해 전달되는 내용이 꽤 많긴 하지만, 그래도 강의 자료를 보면서 그 안에 숨어있는 것들을 연결할 정도의 기본 지식은 있으니까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이런 강의 자료들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런 내용들이 인터넷에 그냥 마구 공급되고 있는 시절인데 세상 저변의 수준은 왜 아직도 이렇게 허접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잘 기억해보면 세상은 옛날엔 더 허접했고 좀 안다하는 식자층도 마찬가지로 그보다 약간 나은 수준에 불과했지만 거기에 만족하고 대부분 게으르고 입만 살아서 떠들고 있을 뿐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었다. 사실 뭔가 열심히 습득하고 공부하는 이들이 어디 나서서 떠들 그럴 겨를이 없기도 하거니와.
어쨌든 좋은 점은 이것들 다시 배우려면 얼굴 철판깔고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기존에 배워놓은 것들 덕택에 빨리 배울 수 있다는 것이고, 시험문제 홈웍까지 전부 다 공유되고 있으니까 틈나는 대로 재미있는 문제는 풀어보고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는 것을 창피해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냥 모르는 채로 가만히 있는게, 모르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아쉬운 일이겠지.)
지난 시절을 떠올려보면 많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하나도 해내지 못했던 것은 단지 내가 게을렀다기 보단 뭔가 새로 배워야겠다는 정신적인 틈과 안정이란 게 하나도 없었구나 한다. 단 1분도 허투로 시간을 보려낸 한 적은 없지만, 대부분은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거나 안정을 잃는 일 때문에 그렇게 정신을 빼앗기고 나면, 허무한 마음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들’에 몰입해 있었다. 실제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들이 없으면 어떻게든 불안함을 떨쳐낼 방법이 없다. 암울 했던 시간을 흘려 보낸 것엔 분명히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입시준비를 해야 하는 이가 잠시의 틈도 없이 주변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면,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책이나 볼 수 있을 정도의 정서적인 안정이란 것은 기대할 수도 없다. 이 사람에겐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질 않으니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결국 입시준비는 입시준비대로 되지 않으니 그것은 또 다른 불안을 가져오게 되고 그렇게 계속해서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그런 불안이 가중되면 스트레스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술/담배 그외의 소일거리들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실 누군가가 뭔가 그 사람의 의지로 큰 일을 해냈다는 것에 대해서 그 주변에 감사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몰두할 수 있을 만큼의 정서적인 안정을 보장해준 것이니까 말이다.
뭔가 배워보겠다는 욕구가 생겨났다는 것은 나에게도 어느 수준 이상의 정서적 안정이 확보되었다는 것이니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한다. 생각해보면 일생에 몇 번 오지 않는 기회라고 할만큼 안정된 마음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물론, 이런 정서적인 안정 상태가 얼마나 갈지, 이걸 허락해줄 내 주변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항상 지금을 즐겨야지 한다. 정말 너무 좋은 세상이다.
그렇게나 정서적인 안정은 중요한 것이다. 이런 시절이 별로 없었기에 뭐랄까 폭풍전의 고요랄까 괜히 마음 한켠이 슬슬 불안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