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rabbit에서 Mark Levinson까지..
on
Starship이라고 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밴드가 있다. 이 밴드도 생각보다 역사가 길어서 시작은 starship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시작했고 이게 또 지역주의(?)적 성향이 있는지 샌프란시스코의 밴드로라고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처음 Starship을 알게 된 것은 사실상 스타쉽이 해산되기 직전의 말기 음악들 때문이었는데, 대개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 그게 밴드의 전성기가 어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참 의외였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했던 노래들을 들어보면 고음 성향의 남성 보컬과 뭐랄까 상당히 강한 톤의 여성보컬이 같이 들리는데, 이 사람들이 누굴까 해서 과거를 거슬러가보면 White rabbit이란 노래가 나오고 이게 1967년에 나온 음악이고 가사를 대충 음미해보면 당시 이 지역에서 흥했던 약물에 관한 이야기로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제목이나 가사를 있는 그대로 들어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야기인가, 그걸 이렇게 엄근진 부르고 있는 것일까 하게 되지만.
이분이 Grace Slick 되시겠다. 이 곡은 (레코드의 형태로) 1967년에 발매되었는데 밴드가 상업적으로 상한가를 치던 시절이 1987,8년 때니까 20년 정도의 구력은 가지고 있어야 어느 세게에서든 뭐라도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막상 상한가를 찍던 시절의 라인업은 67년때와 달라서 보컬도 Mick Mars라고 하는 남성보컬이 밴드의 주축이 되는 색깔이었고 한참 중년으로 접어든 Grace Slick은 뭔가 꼰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시절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이 시절에 TV show에 나와서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신 듯 한데 상당히 Liberal한 것을 알 수 있고 밴드가 이 시절 정점을 찍고 내려온 뒤에는 절대로 노래를 하시지 않았는데, 당시 코멘트가 “락은 분노가 끓어오르는 어린 애들이 해야 한다. 난 이제 (젊지 않아서) 못한다’ 였는데 사실 이분 그 이후엗 여러 번 노래를 했던 것으로 안다. 사실 엄청나게 고음을 치는 그런 스타일의 보컬은 아니지만 개성이 너무 뚜렷한 목소리라 오래도록 노랠 하셨으면 좋겠지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은 좀 애석한 일이다.
이 밴드의 사실상 상업적인 상한가를 친 앨범은 Knee Deep in Hoopla 라는 85년에 나온 앨범과 No Protection이라는 87년에 나올 앨범 되겠다.
87년의 No Protection 앨범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었던 곡이 “Nothing’s gonna stop us now”란 곡인데 이 곡은 영화 Mannequin의 삽입곡으로 유명했다 라고 이야기 되는데, 영화 자체가 성공한 것 보다 이 곡이 더 성공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여기 저기서 너무 오래 틀어대서 그런 것도 있는데, 막상 이 곡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 ‘기획작’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이미 스타쉽이 상업적으로 성공했기에 영화와 앨범이 세트로 나오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Grace Slick과 Mick Mars가 영화의 주인공들인 것처럼 등장한다. 물론 실제의 주인공도 가끔씩 보여지지만 이 모든 게 세트로 기획되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Mick Mars는 여전히 Starship 전성기 시절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Grace Slick은 예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고 봐야 할 것 같고.
실제로 이 영화는 마네킹이 실제 사람이 되어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여자 주인공이 엄청난 외모를 가진, 환상속에나 존재할 법한 존재로 등장하는데, 상당히 애띤 모습의 남자 주인공 (Andrew McCarthy)에 비해 연령 밸런스가 좀 많이 벗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실제로 여주가 대략 남주에 비해 6살 이상 많다. 이것도 영화의 흥행을 고려해서 기획된 것인지는 모를 일인데, 영화 속의 주인공의 전 여친도 대략 4살 이상 많은 사람으로 해놓은 걸로 보면 이 영화의 주 타겟 관객들이 누구였을지 가늠이 된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98년에 고가 오디오 메이커로 유명한 Mark Levinson과 결혼한다. 대략 10년의 나이차가 나는 커플인데,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을 때가 87/88년이었고 당시 Kim의 나이가 이미 30을 넘겼을 때였는데 10년이 지난 뒤에 결혼 했으니까 (물론 6년 뒤에 이혼한다) 뭐가 어찌되었든 어떤 의도로 이루어진 결혼인지 역시나 가늠이 된다.
마크 레빈슨이라는 회사는 72년도에 새워졌는데, TR로 프리앰프 몇 개 잘 만들었다고 이렇게 대성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뭐랄까 좀 허망하단 생각이 든다. 역시 돈과 명성이란 것은 얼마나 빡셨냐 난이도가 높았냐 많은 고생을 했느냐와 전적으로 무관함을 알 수 있다. 일단 무슨 일을 하든 빡시기만하고 난이도가 높은데 잘 되지 않는다면 진작에 손절하든가, 아무런 기대를 하지말고 끝까지 버티든가 둘 중 하나를 해야되는 거라고 본다. 마크 레빈슨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그 회사를 진작에 팔고 첼로라는 회사도 세웠는데, 지금의 마크 레빈슨은 하만 소속이 되었고 그 하만은 삼성전자 소속이 되었으니까 역시나 재미있는 세상이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