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g Howe의 악보를 사봤다..

별 생각없이 올 8월에 Sacramento의 한 클럽에서 한다는 Greg Howe의 gig은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보나마나 열리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Tab 악보를 사봤다. 보나마나 전부 다 보게 되진 않겠지만, 조금이마나 보탬(?)이 되고자 하는 생각으로.

나는 Greg Howe의 연주를 태어나서 딱 한 번 봤는데, 뭐랄까 그냥 현존하는 기타의 신을 접하는 느낌이었달까. 다른 엄청난 주자들과 비교하면 그 느낌은 더 어마무시했던 것 같다. 공연시 연주도 엄청나게 빨랐음에도 정말 흠잡을 데가 전혀 없는 완벽체였고. 그 때가 “Extraction” 앨범 때였으니까 15년도 넘은 일이구나 싶으면 정말 시간은 빠르다 싶다.

막상 구입해서 악보를 보니 맘먹고 도전해보긴 좀 수월해졌지만, 음이라든가 박자라든가 Greg Howe라는 기타의 달인의 음악을 담기엔 뭔가 어려운 것이로구나 확인했다고나 할까?

혹시나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악보는 80%만 믿으라고 해야할 것 같다. 왼손의 움직임이 뭔가 자연스러워야 플레이도 물 흐르듯 가게 되어있는데, 이 악보를 보면 이게 좀 어거지스러운 곳이 많이 보인다. 음을 먼저 따고 그것을 탭으로 옮겼을 것처럼이나 연주하면 울림이나 흐름이 좋지 못한 부분이 제법 있다. 악보는 참조만 할 뿐 수도 없이 듣고 따라 치면서 교정하는 수 밖엔 없다 (artist가 직접 작업한 tab이 아니면).

악보에 구절 구절 어떻게 쳐야한다고 적을 수도 없으니까, 악보를 도움발판 삼아서 7-80%의 스피드로 연습하면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되가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Logic의 Time flex가 정말 좋은 기능이라서 거의 완벽하게 원래 플레이를 느리게 만들어서 연습할 수 있다. 그렇게 연습하려고 보면 ‘악보는 왜 샀지?’ 하는 결론을 얻게 된다. 느리게 들으면 엄청나게 잘 들린다. 숨어있던 노트도 다 드러나고.

이게 왜 중요하냐면, 매 프레이즈 별로 그 느낌과 코드와 그 스케일의 흐름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가 서야만 외워지고 연주 또한 부드럽게 연주되기 되기 때문이다. 악보만 쳐다보고 있으면 그곳에 적혀있는 노트들을 제대로 소리내야 하는 것에만 열중하게 되니까 재미가 없다. 이렇게 하지 않고도 잘 외워지고 잘 연주할 수 있다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라 봐야지 싶다만.

Greg Howe의 곡들은 아주 옛날 곡들을 빼곤 대부분 다 셔플 리듬이다. 어느 시점 재즈에 대해서 엄청나게 연구를 했는지 순식간에 달인의 반열로 올라서고 나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때가 introspection 앨범 때라고 인정하지 싶다) 듣기는 수십배 재미있어졌지만 연주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셔플에 엇박플레이, 또 다양한 장르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녹아버린 음악인데 이걸 매우 빠른 속도로 물 흐르듯 해내기 때문에 아마 현존한 기타 플레이어 중에서 따라서 연습하기 가장 어려운 플레이어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일부러 입시곡으로 Greg Howe의 곡을 연습해서 하는 모양인데, 기타를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이 정도의 엄청난 곡을 소화해서 들어가는데, 그 과의 교수님들은 과연 흉내나 낼 수 있을까 싶다. 학교에 들어가는 이유는 사실 타이틀을 얻겠다뿐이지 이런 곡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학생들한테 뭘 더 가르칠 수 있을까? 실제로 날고 긴다는 음대의 입시 실기만 보더라도 학생들을 심사하는 교수들이 이 나이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능력을 가진 엄청난 아이들이 매년 들어가는데, 학교가 날고 긴다고 해서 그 과의 교수님들이 날고 기는 것도 아니고, 좋은 학교 들어갔다고 좋은 것을 배워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들어가긴 하겠지만 어떻게든 그 다음은 다들 알아서 자기길 찾아가는거다.

어제 지르고 엄청난 장벽을 느끼고 오늘 연습 시작하는데, 그동안 기타도 놀았어서 2-3시간 연습했다고 손가락 끝이 너무 쓰려져서 2-3일은 잠시 쉴 수 밖에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