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부족과 재채기...

누군가의 말을 빌면 수면 부족은 몸에서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떨어뜨려 면역력을 떨어뜨리는데, 그게 어느 정도냐면 철마다 맞는 독감백신의 효력도 떨어뜨릴 정도라고 한다.

사실 내가 잠이 부족하구나 하는 것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이유가 재채기를 심하게 할 때다. 대개 오전에 심하게 재채기를 하다가 그게 점점 늘어나서 온 종일 재채기를 심하게 할 때도 있다. 그게 더 심해지면 뭔가 몸에 문제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큰 휴식을 취하고 정상으로 돌아가고 또 안좋아지고 하면서 반복이 일어났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어려서도 늘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대부분 잠이 부족했던 것이고 잠을 충분히 잘 수 있었던 기간엔 그 흔한 비염 조차 얻어 걸린 적이 없었다. 그렇게 비염이 한번 번지고 나면 못해도 1달 가까이 병원에서 항생제 처방을 받고 했던 일이 꽤 많았다. 한 때는 너무 심해서 의미도 없는 비염 수술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대부분 그 원인을 찾아보면 줄어든 신체활동 - 줄어든 수면시간이 늘 앞에 있다. 그냥 잘 먹고 잘 자면 아무 불편없이 잘 살았을텐데 당시엔 그렇게 거의 매일 같이 병원엘 다니고 매일 매일 비염때문에 불편했던 것도 그냥 당연하게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그냥 이것 저것 잘하려는 쓸데없는 욕심을 버렸다면 쾌적하게 잘 살았을텐데.

지금도 사실 따져보면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이 많아졌지만 살아가는 태도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마음 내키면 낮이고 밤이고 온종일 별 다른 소득 없는 일에 밤도 새고 고민으로 잠못 이루고 의미없는 것에 얽메여 그것으로 맘고생하며 산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온전히 그 스스로의 생명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온전히 살아갈 것 같지만, 나란 사람은 좀 멍청해서인지 전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간다. 정말 ‘뭘 위해 살고 있지?’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할 게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다들 몸에 좋다는 음식들은 열심히 찾아먹고 살지만, 생명의 위협을 가져다주는 전염병이 창궐한 시절에 무방비 상태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잘도 몰려간다. 스스로의 생명에 위협을 주는 일을 잘도 하고 산다. 뭣 때문에? 그냥 맘이 내키니까.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그냥 그래야될 것 같으니까.

길어야 100년 정도 살다가는 수명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영구히 살아갈 사람처럼 남의 것을 빼앗고 살고, 남의 생명과 시간을 빼앗는 일도 잘도 저지르며 산다.

그렇게 그냥 사는 거다. 여태 스스로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살아왔다면 지금 당장 이해가 가는 방향으로 살면 되고 안되면 안되는 대로 그냥 살면 된다. 마음먹은대로 생각하는대로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면 모를까. 스스로 룰을 만들고 룰대로 살아지지 않으면 스스로를 학대하고 계속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면 뭐 더 말할 필요 없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고 있다면 그냥 있는 그대로 덜 괴로운 방향으로 살아가면 된다.

살아가는 시간 그마저도 얼마되지 않는 사람들이 그 살아가는 동안에 뭔가 이뤄보겠다고 아둥바둥하면서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 마저 끝없이 투쟁하며 살다가 뭔가 정신이 차려질 때 쯤이면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구나 하는 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