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kland Craft Beer (커클랜드 시그니처 수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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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걸 열심히 팔고 있는 것으로 봐서 나름 인기가 좋은 것 아닐까 한다. 예전에 팔던 40개 들이 캔맥주는 더 이상 안나오는 듯하다. 대신 이 수제 맥주 세트는 작년/올해 계속 가져다놓는 것으로 보아서 인기가 있이서 그런 것 아닐까 한다만.

내가 있는 지역의 코스트코에서 24병 들이 한 박스가 $19.99에 팔리고 있는데, 사실 다른 맥주들은 $23.99 정도한다. 물가가 엄청 오른 것에 비해서 맥주 물가는 최근 5-6년간 거의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신기하게 다 저녁때 가보면 이 맥주 박스들은 많이 남아있다. 맛대가리 없기 그지없는 하이네켄이라든가 쿠어스 라이트 이런 애들은 진작에 다 바닥이 났거나 양이 많이 줄어있는데도 말이다. 술 마시는 일이 그다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니 대부분은 그냥 구경만 할 뿐이지만.

어쨌든 난 이 $19.99 (물론 이게 이것저것 추가로 내야 하는 돈을 더하면 대략 23불? 쯤 된다) 24병 세트를 아주 좋아한다. 병이 좀 멋대가리가 없고 무겁다는 것만 빼면 정말 뭐하나 버릴 데가 없다. 6병씩 4종류의 맥주가 있으니까 마시는 동안 전혀 심심하지 않고 특히 Pilsner의 맛이 아주 좋다. Session IPA의 그 향(과일향이 살짝 느껴지지만 맥주맛을 깨지는 않는)은 참으로 독특하다.

그동안 이것저것 코스트코에 들어오는 맥주들을 다 마셔봤지만 요샌 정말 이것만한 게 없다. 맛은 더 좋은데 가격은 더 싸니까 ‘내 입맛이 싸구려인것인가’ 싶긴하지만.

대부분은 다 24병 들이 한 박스의 가격이 $23.99를 다 넘어간다. 가격은 더 비싸지만 맛 대가리 정말 없는 것들을 잘도 집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혼자 이것을 카트에 싣고 있을 때의 기분은 여러 가지로 참 묘한데, 어쨌든 그러하다.

가끔씩 이 동네 코스트코에 맛대가리 없기로 하이네켄과 별 차이가 없는 칭타오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칭타오도 $24을 넘어가니까 말이다. 마찬가지로 스텔라 아루투아라든가 코로나도 도대체 한 병만 마셔도 질릴 듯한 그것을 어떻게 24병이나 마실 수 있을까 싶은, 마찬가지로 맛 대가리 없긴 막하막하의 맥주도 집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시에라 네바다도 쓴맛만 강하고 밋밋하기 이를데없고 한 때는 좀 괜찮지 않았나 싶었던 Anchor Steam beer (지금은 삿포로 비루 소유의 회사라고 한다)도 역시 좀 아니다 싶어졌다. 어쩌다 맛이 좋은 batch를 마셨던 것이 아닐까 할 뿐이다.

알코올은 발암물질이자 의존성이 높은 물질이다. 음주라는 것에는 적당한 것이라는 게 없다. 그냥 술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 괜히 나중에 암 때문에 고생하게 되거나 빨리 가게 되었을 때 그 전까지 마셨던 술을 원망해봐야 술은 그 스스로 마셔달라고 애원한 적도 강요한 적도 없으니까 다 부질없는 것이다. 어디에 발암 물질이 있다, 유해 물질이 있다면 다들 호들갑 떨면서도, 술은 열심히 마시는 것은 참 모순된 일이다. 잘 살겠다고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고 하지만 하루라도 더 빨리 죽겠다고 음주를 하는 것은 역시나 모순된 일이다. 그냥 스트레스 덜받고 돈을 덜 벌더라도 안마시는 게 나한테는 득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다 잘들 안다.

인생은 모순 투성이다. 인간 그 자체도 모순 덩어리이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 시절에 사람들이 하고 있는 짓들을 보면 ‘왜 저러지?’ 싶은 모순된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음주도 마찬가지다.

어디가서 고급 위스키라든가 와인을 마셨다고 자랑했던 시절도 있으니까. 어디가서 발암 물질에 한껏 취하다 왔다는 것을 자랑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