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해소..

가톨릭 신자에게 있어서 가장 참혹한 상황이란 것은 소위 ‘조당’이라고 불리우는 상태로 본인 의지로 냉담하는 것과 달리 교회법을 어긴 대가로 미사 봉헌시에 영성체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가톨릭 신자가 성체성사를 못하게 되는 것은 사실상의 은총을 받는 것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조당’ 상태가 되면 신자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만큼 교회법을 따르라는 말도 된다. 최근에 들어서는 이것이 너무 가혹하다 하여 여러 가지로 조당 상태에 있는 신자들을 구제(?)하는 방안들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어쨌든 신앙고백을 통해 가톨릭 신자가 된 이후에 조당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야지 싶다. 하지만 원치 않게 빠지는 수가 여러 가지 있다.

이를테면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상대방이 비신자 (가톨릭에서 영세를 받지 않은 개신교 형제자매도 포함된다)이고 그들이 혼인 성사 내지는 관면혼 까지 거부하겠다고 하면 결혼을 포기하거나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서 사회혼 (일반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것)만 하고 곧바로 조당 상태에 빠지게 된다. 대개 개신교 배우자들은 종파마저 불확실한 개신교, 정확히 말해서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신자가 아니면 사실상 형제자매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미신으로 치부하는 가톨릭은 더더욱이나 종교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상 결혼생활 유지를 명분으로 종교 폭력을 행사하여 개신교 예배 참석을 강요하고 미사참석을 방해한다.

사실 부부가 주일마다 다른 곳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여러 가지로 불합리하고 어차피 기독교인데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무슨 상관이냐 해서 개신교 예배를 드리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내내 마음은 개운치가 않다. 한국의 대형교회를 경험해본 사람들 많겠지만 예배의 주된 내용은 개개인의 복을 바라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정치색을 띤 목사들이 매우 많을 뿐더러 사실상 좋은 동네에 위치한 대형교회는 일종의 부의 과시를 위해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마디로 스트레스의 원천이 된다.

가톨릭 혼배를 했다거나 관면혼을 하고 이혼하게 되는 경우 별 다른 조치가 없으면 이 혼인관계는 해소되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것으로 된다. 만일 둘 중에 하나가 재혼하게 되는 경우 교회에서 맺은 부부의 관계가 사실상 파탄나는 것으로 간주되어 마찬가지로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조당 상태에 빠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비신자와 사회혼을 한 경우에는 교회에서 이것을 온전한 혼인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이 혼인관계가 해소되는 경우 마찬가지로 인정할 수 없는 혼인 관계가 스스로 종료된 것으로 간주되어 혼인 무효를 신청하면 교회 법원까지 가지 않고 본당 수준에서 해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