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 Macbook pro 1달 사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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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맥북을 손에 넣은지는 꽤 오래인데 (대충 반년 넘은 것 같다) 회사 보안 소프트웨어가 잔뜩 깔려있어서 처음 받았을 땐 가장 귀찮은 놈들 몇 개만 LaunchAgent/Daemon에서 빼는 방법을 통해서 무력화시키고 가끔씩 사용하다가 9월에 이르러서는 이 멀쩡한 기기를 썩히고 있는 것과 보안 소프트웨어가 하는 짓이 너무도 짜증이나서 전부 무력화하려다 갑자기 sudo가 막혀버리는 바람에 그냥 모두 erase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기기 등록을 하지 않았어서 문제없이 기기를 리셋해서 내것으로 등록해서 잘 쓰고 있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회사 네트워크에 VPN으로 접속할 수 없게 된 것인데 전혀 아쉽지 않다. 아주 기본적인 일은 VPN이 없이도 할 수 있게 되어있고 출근하면 별 문제 없이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이런 보안 시스템이 다 있냐 하겠지만 헤헴 그러하다.)
잘은 모르지만 일반 사람들의 네트워크 상식이라든가 보안 소프트웨어에 대한 상식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을 이용하여 돈 벌이를 하고 또 그런 식으로 회사 IT 팀이란 게 굴러가고 있어서 온동네에 구멍 천지라고 하더라도 그냥 좋게 좋게 지나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이것은 대충 여기서 넘어가고.
M1 mac mini를 쓰면서 엄청나게 찬사를 보냈는데 사실 그것을 구입했던 가격에 비하면 4배가 넘는 물건인지라 4배 좋아야 하는 물건인데, 정말로 4배 좋냐고 물어보면 좀 애매한 면이 있긴 하지만 좋긴 정말 좋다. 왜 좋냐고?
M1이라도 좋다고 해야할 것 같다. 엄청나게 쾌적하고 한달동안 거의 재부팅을 5번 이내로 했을 정도니까 (그 사이에 Ventura beta로 OS 업데이트를 했다.) 기기의 안정성도 뛰어나고 (가끔 앱이 죽거나 시스템이 전부 뻗어버린 경우가 제법 있긴 했다) 무엇보다 풍부한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것이 장점 되시겠다. 2020년 M1이 처음 나왔을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별천지다. Ventura에 와서는 MacOS가 Linux를 제대로 지원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가상 머신을 지원하는 프레임웍을 제공한다든가 Rosetta 2를 써서 x86 docker container를 돌릴 수 있게 한다든가).
유료의 소프트웨어 말고 brew라든가 open source 계열의 소프트웨어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특정 취미 (음악/영상/그래픽)를 열심히 파지 않는 이상엔 아무리 mac이라고 하더라도 유료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 않다. 또 다소의 아쉬움을 감수하면 무료 혹은 준 무료 소프트웨어도 충분히 좋은 성능을 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도.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좋은 점을 열거 하자면
- 나온지 제법된 M1이지만 여전히 매우 쾌적하고 빠르다. M2는 분명히 더 쾌적할 거라고 본다.
- M1 pro까지 안 가더라도 8 core의 M1이라도 충분히 좋다 여전히. 8GB도 쓸만하지만 16GB는 가상머신을 띄우거나 무거운 일을 벌려놔도 체감 속도가 저하되는 일이 생기지 않아서 더 쾌적하다.
- 사용자층이 넓어지고 있어서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해결 방법들을 쉽게 검색해서 해결할 수 있다.
단점은 한 가지 있다. 16 inch macbook pro는 매우 무겁다. 사실 엣날의 두꺼운 인텔 랩탑들에 비하면 여전히 가볍지만. 14인치나 13인치를 권한다. 특히나 외장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면 더더욱. 사실 나는 외장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그리고 배터리로 슬립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가능한 슬림한 폼팩터의 맥미니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 내 경우는 같은 화면에 수많은 일을 벌려놓고 일을 하고 있어서 16 인치 맥북이라고 하더라도 매우 답답하다.
어쨌든 맥북의 장점 - 배터리를 가지고 있어서 늘상 전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 - 때문에 그토록 칭찬해마지 않던 맥미니는 팔아버렸다. M1대비 M2의 성능이 overwhelming하지 않고 또 디스플레이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진 않았기에 everyday laptop으로서 여전히 13inch m1 macbook pro는 훌륭하다고 본다. 아쉽게도 16GB 모델이 세일하는 경우를 찾긴 어렵다만. 이 또한 살짝 불편함을 감수하면 8GB RAM/256GB SSD도 여전히 훌륭하다.
랩탑의 디스플레이를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사실 그 용도는 ‘일하기’ 보다는 ‘뽐내기’인 경우가 많다. 사실 이 디스플레이가 없다면 배터리를 많이 달지 않아도 되고 그 때문에 시스탬을 매우 슬림하게 만들 수 있어서 어딜 가든 USB3 혹은 Thunderbolt를 지원하는 dock/디스플레이에 연결해서 쓸 수 있게 되는 거다 (왜 그렇게 맥미니를 만들지 않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의 맥 미니도 살짝 개조하면 USB PD로 충전할 수 있고, 외부 전원 공급이 없어도 뭔가 일을 시킬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니까 상시 외부 전원이 필요한 맥은 맥스튜디오/맥프로 (언젠간 나온다고 하는)이면 되는 거다.
또 솔직히 8개 혹은 10개 코어를 full power로 돌려서 시스템을 과열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물건으로 장시간의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적어도 맥 스튜디오 이하의 모델에서 이런 일을 시키기는 조금 뭐하다. 아예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한 데스크탑이나 서버급 장비들은 마구 마구 혹사시켜도 될 것 같지만, 이 장비는 뭐랄까 여전히 heavy한 일을 시키기 보단 매일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적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