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머신 하나 들여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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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누군가 라떼 아트를 한다는 것을 보고 ‘나도 해볼까?’ 하는 욕구가 생겨서 열심히 연구를 해봤다.
아쉽게도 그냥 모카포트나 하나 사서 가끔씩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사실 나도 예전에 모카포트도 가지고 있어봤고 거의 전자동에 가까운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기도 했었다. 아쉽게도 이 머신은 대략 6개월 정도 열심히 썼는데 내부에 뭔가가 잘못 되었는지 물이 회로 기판으로 흘러서 오동작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렇게 끝이 났다. 아마도 압력을 주고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데 흘러야 할 물이 어떤 이유인지 포타필터의 저항을 강하게 받고 또 이 예상치 못한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한 내부 파이프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참사가 벌어진 게 아닐까 한다.
내가 얻은 경험으로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라고 하더라도 입맛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나에겐 모카포트로 뽑아 올린 것이나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는 거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면 뭐랄까 나름 멋진 모양을 하고 있고 뭐랄까 더 제대로 된 커피가 뽑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크레마라 불리우는 거품도 웬지 더 잘 나오는 것 같고. 그래서 결과물이 고급지게 보여진다.
대충 서베이를 해보면 집에서 에스프레소 좀 뽑고 라떼 아트 좀 하겠다고 하면 대략 100만원이 넘는 머신을 들여놓는 것이 지름길이지 싶다. 지출을 생각해서 중간 가격대의 어정쩡한 물건들을 들였다가 결국 어정쩡해져서 비싼 물건을 또 들이게 되느니. 어차피 그런 고급 머신을 들일 게 아니라면 모카포트로도 아쉽지 않은 커피를 얻어낼 수 있고 그렇게 라떼나 카푸치노 해 먹으면 된다.
뭐랄까 멋진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게 되면 부차적인 악세사리 (템퍼, 그라인더, 컵과 피쳐 등등)을 또 구입해야 되고 고급진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새로운 원두도 사다 날라야 하겠지. 사실 입맛을 그렇게 높이지 않으면 그저 그런 그라인더와 모카포트만 잘 다뤄도 그저 그런 수준에서의 만족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원두가 아니라도 그라운드 커피로 만족하면서 입맛을 높이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
본래의 취지는 맛있는 에스프레소와 라떼를 마셔보겠다는 것이었지만 결국은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때의 시각적인 효과, 장비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게 되어 예상하지 않았던 물건들을 이리 저리 사놓게 될 것을 생각하면, 물론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래서 주방이 복잡해지고 시선이 어지러워질 것을 생각하면 역시 모카포트 수준에서 만족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모카포트를 사용하는 것도 나름 시행 착오를 하고 원두나 그라운드 커피를 내 입맛에 맞게 다루는 것을 대충 알게 되면 싸구려 입맛을 가진 나에겐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 안 부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