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늘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것인가..
on
대략 2주 동안 하던 일을 손에서 놓고 다른 세계에 젖어지냈다보니 다시 이전의 생활로 적응하는데 나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는 마음의 큰 짐 없이 잘 살고 있었나보다. 막상 다시 복귀해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스트레스들이 마음에 하나 둘 씩 돌처럼 쌓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냥 인생이 행복하다고 까진 못해도 편안하고 안정되었구나 느꼈다가 또 다시 뭔가 불안한 요소들이 나타나서 긴장을 주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뭐랄까 이런 분위기는 상당히 익숙하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잠시 생각을 해보자면, 살아가는 과정이 원인과 결과/인과응보? 의 연속인데 뭐랄까 한번 저지른 실수를 연거풔 하게 되는 것은 원인을 만들어낸 시점과 그것이 다시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의 차이가 꽤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순간의 유혹에 끌려서 어떤 업을 지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기에 더 많은 업을 짓는다. 그러다 내가 지은 업에 대해 까맣게 잊게 되거나 혹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란 사실까지 망각하고 당연시 되어버린 시점에서 안좋은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뭐랄까 그 업을 처음 짓게 될 때 마음속에 뭔가 깨름칙한 것이 있거나 두려움이 생긴다면 그만 두는 게 맞을까 아니면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 뭐든 시도해보자 하는 자세가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차피 답이란 건 없다. 그래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던 나의 행동에 대한 결과가 부정적인 결과로 한참 뒤에 나타나면 그렇게 늘 후회를 하고야 만다. 막상 그 일을 저지를 땐 뭔가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어디에서 솟아난 용기인지 ‘까짓거 잘 안되면 그 대가를 치루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까지 하니까 말이다.
이 모든 것이 나란 사람이 내내 불완전하고 아직도 내가 바라는 모습의 사람이 되기에는 참으로 멀었단 생각이지만, 그도 그럴 것이 별 것 아닌 듯 해보이는 유혹에 쉽게 빠져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갈 때 늘상 ‘새가슴’으로 뭔가를 저지를 땐 늘 그것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를 생각하면서 살아왔지만 말이다.
어차피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받아야 할 업보가 있다면 내가 아무리 피해다닌다고 한 들, 초특급 Ai 유도 미사일이 되어 결국엔 어떻게든 얻어맞게 된다는 사실만 인지하면 된다. 괴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 보단 그냥 하루라도 빨리 얻어맞고 아파하는 게 차라리 낫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갑자기 떠오른다. 뭐랄까 난 이 영화가 인과응보를 잘 보여주는 그런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 업을 짓고 나면 그저 인간의 미약한 힘으로는 그 보답을 어떻게든 피할 길이 없단 거다. 마치 길에 세워 놓은 차를 들이받고 뺑소니를 쳤는데, 나름 완전범죄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것이 발각되어서 혹여나 큰 대가를 치루게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떠는 매일 매일을 살고, 그러다가 결국엔 이자까지 붙여서 되갚게 되는 사건을 맞이하게 되는 그런 거랄까?
그러니까 삶이란 것은 인과응보의 시간 차 때문에 업보를 미처 깨닫지 못하며 늘 업을 지으면서 살아가는 것이고, 업을 짓고도 그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잠시 동안엔 ‘좋다’ 였다가 그 업의 결과를 되갚아야 하는 시점엔 ‘나빴다’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거다. 어차피 이 인과응보의 고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어낼 수 없기에 삶은 그런 패턴을 죽을 때 까지 반복해야 하는, 그러니까 마치 ‘시지푸스’가 끊임없이 돌을 올려놓는 고행을 반복해야 하는 것처럼 살게 되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야 하니 업을 짓고 그것에 대한 보답을 받으며 또 업을 짓고 하다보니 삶은 업을 짓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지은 업에 대한 업보를 어떻게 쉽게 감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풀어내야 하는 거다. 어차피 그 문제에 대한 정답이란 것도 없고 내가 저지른 업이 아니라도 타인이 저지른 업을 대신 갚아내야 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일단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하나의 업이고 인간이 ‘원죄’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말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 아닐까 한다.
어차피 인간의 삶이 그러하고 제 아무리 많은 경험과 지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지금 저지르고 있는 나의 업이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돌아오게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정확히 안다고 한들 그 업을 저지르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어차피 모든 것을 초월한 성인의 삶 - 그러니까 지극히 절제된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원치 않은 업보를 피하자는 삶의 스타일 - 을 추구하지 않는 평범한 인간의 삶을 살기로 한 입장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