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해킨

고성능의 mac이 필요한데, MacStudio는 너무 비싸고 그러다보니 결국 또 해킨을 하게 되었다.

요새 가장 빠르다는 Ryzen 7950x3d가 박힌 PC를 사용하기로 하고 외부에다 조립을 의뢰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거 2대를 맞추고도 돈이 제법 남는 정도였으니까 해킨의 가성비를 또 한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세한 성능의 차이라든가 편의성, 소음 등등을 따지면 당연히 MacStudio의 좋은 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냥 가성비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도 월등히 우수한 거다.

같은 기계를 linux machine으로 사용하면 모니터도 연결하지 않은 상태로 그냥 원격으로 복잡한 일이나 시키는 게 고작인데 여기에 MacOS를 올리면 쓰임새가 다양해져서 너무 좋다. 더구나 요샌 온보드로 Wifi/BT가 다 올라가고 이런 장치들을 위한 드라이버까지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서 제공하는 시절이니까 부피가 좀 크고 약간 요란하고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정도만 빼면 충분히 훌륭하다.

대개는 intel CPU만을 요구하는 일부의 그래픽 소프트웨어/산술연산 SW들 때문에 Ryzen으로 hackintosh를 하는 것을 꺼리지만 인텔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여전히 이 구성이 좋다. 구태여 쓸 일이 생긴다면 이것 역시 적당히 수정해서 사용하는 것도 덤으로 재미를 준다.

뭐랄까 오랜만에 조립PC 한 대에 새로 해킨한 소감을 적어보자면..

약간 자세히 말하자면, 해킨을 안해봤거나 해본지 오래된 사람이 새로 하려고 들면 모르는 용어들이 너무 많고 해야 할 과정들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나처럼 오랜 기간 해킨과 살아온 사람도 3년 쉬고 났더니 대략적인 프로세스 말고는 기억 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새로 나온 것도 많고.

대부분 무한루프를 도는 과정은 bootloader 설정이 현재 사용하려는 하드웨어의 사양과 잘 맞지 않아서 아예 부트로더 자체가 부트 되지 않거나 설치 이미지가 부트되다가 패닉이 일어나는 경우이다. 부트로더 자체가 부트되지 않는 경우가 가장 암담한데 대개 이런 경우 두 대의 컴퓨터를 오가며 내용을 수정하는 일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되는 시간이 엄청나다.

차라리 잘 된다고 하는 EFI를 많이 받아놓고 그것들을 돌아가며 한 개씩 시도해보는 게 가장 빠르다. 일단 어느 정도 설치까지 되는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면 그 다음에 커스터마이징을 해주면 된다. 안되는 EFI를 붙잡고 씨름하다보면 생각보다 빨리 지친다.

이제 애플에서 인텔맥 지원을 중단하면 전부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일이긴 한데, 나름 재미있었다. 지금도 재미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