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떨어뜨리기...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을 쟀을 때 80kg에서 시작해서 지금 76kg에 도달했다. 대략 2주가 소요되었다. 소위 ‘키토’상태에 도달해서 케톤 농도가 제법 올라갔다는 것은 알겠는데, 아직 지방소모가 본격화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겨우 글리코겐+물 정도 빠져나갔겠거니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좀 마시고 하다보면 어느 새 78kg로 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대략 이렇게 2주를 보내면 식욕도 떨어지겠지 기대하는 중이다.

살을 빼는데 뭐니뭐니해도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식욕이다. 이놈의 식욕이 시도 때도 없이 솟아난다. 뭔가를 먹고 난 뒤에도 계속 사그라들질 않는다.

혹자가 말하길 ‘포만감이 없는 음식을 먹으면 과식하게 된다’란다. 이건 뭐 너무 상식적인 말이니까 그렇긴 한데, 내가 그 어떤 음식을 먹어봐도 한방에 포만감을 주는 음식은 없다. 어렸을 적 극기 훈련 같은 거 한다며 교외의 어떤 건물로 끌려가서 먹기 싫은 맛없는 음식을 먹으라고 차려주었을 때 식욕은 온데간데 다 사라졌던 기억이 있다. 그곳에서 몇일 머무르다 집에 와서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으면서 이게 천국이구나 했던 시절이 있었지.

육군 훈련소도 마찬가지였긴 하지만. 거긴 좀 얘기가 달랐던 게 나름 어른이 되어서 음식같은 거 가려먹으면 안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고 음식을 남기거나 하게 되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해질 수가 있었으니 감히 상상도 못했기도 하고. 몸에 좋든 나쁘든 다 먹어야 됐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음식은 어떻게든 다 구해서/만들어서 먹을 수가 있고 costco 같은 데서 대용량을 사다놓기 때문에 먹을 게 떨어져서 못 먹거나 할 수도 없다. 문제는 살을 빼겠다고 맘 먹게 되면 이 세상 음식이 다 독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뭘하지만 불교의 가르침을 여기서 또 엿볼 수 있게 되긴 한다.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이 세상의 ‘상’이란 왔다 갔다 하기 마련이라는 것.

음식이 독으로 보이지만 식욕이 들끓고 있으면 그것을 참아내기란 정말 힘이 든다. 한참 그렇게 힘들더라도 한 고비 두 고비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식욕이 사라지기도 한다. 나한테 가장 잘 듣는 것은 대개 쓴 맛이나는 물이 되겠다. 그렇다 커피다. 커피에도 콜레스테롤이 있어서 고LDL콜레스테롤증상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는데, 어쨌든 쓴 맛의 물(=0 cal)이 식욕저하에 큰 역할을 한다.

뭐라도 식욕이 들 끓으면 calorie가 없는 뭔가를, 특히나 식이섬유가 있는 것을 먹는 것이 좋다는데, 식이섬유가 있는 애들은 다 나름의 열량이 있어서 그냥 식욕만 죽이는 데는 별 도움이 안됐던 경험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식욕이 들 끓으면 배가 가득차도록 뭔가를 먹고 싶은데, 식이섬유가 있는 그것들을 나름 집어먹다 보면 끊임없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작은 양이라면 열량이 얼마 안되겠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뭐 뾰족한 이야기가 없다. 그냥 뻔한 것들. 이를테면 칼로리가 없고 부피가 큰 걸 먹어라 고 하는데, 이건 누가 생각해도 뻔한 이야기지만, 그런 걸 먹어도 식욕은 잘 가시지 않는다. 되려 너무 많이 먹어도 식욕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 더욱 안좋아질 뿐이다.

대개 먹기에 빡빡하고 (삶은 계란 노른자) 별 다른 맛이 없는 것 (삶은 계란)들이 도움이 되긴 한다. 식욕이 몰려올 때 내 경험으로는 2-30분 정도를 버텨야 그 고비를 넘길 수 있다. 이 때 뭔가 맛이 정말 없는 것을 넣어주면 좀 더 수월하게 버틸 수 있다.

그래서 정리해보자면

일반적인 녹차 같은 것을 쓴 맛이 강하게 만드려면 좀 오래 우려내면 된다. 솔직히 어떤 차를 마시든 약간의 카페인이 있고 커피는 그게 좀 강해서 수면에 영향을 준다. 커피는 먹기 쉽지만 피하게 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커피가 나름 괴로우니 쓴 맛이 강한 녹차를 발굴해야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