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어렸을 땐 흔히 감기에 걸리면 동네 소아과/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대부분 병원에 갈 정도로 기침이나 비염이 심해지면 대부분 항생제 처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항생제를 주사제로 놓아주던 곳도 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는 웬만한 작은 소아과/의원에서 항생제 처방을 줄여서 기관지염 같은 합병증이 심해지지 않고서는 여간해서 항생제 처방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대개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은 대충 아래와 같다.

대충 위의 4가지를 조합해놓은 약도 있고 별도로 처방해서 주기도 하고 그런다. 개인이 구입을 한다고 하면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약은 해열제 정도라서 감기에 걸리고 몸에 불편함을 느끼면 일단 진통소염(해열제)부터 먹고 버틴다. 나머지 약 성분들은 감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한다기 보단 감기에서 오는 증상들을 완화시키고 그로인해서 올 수 있는 2차 감염의 확률을 낮춰주는 것이라 더 그러하다.

솔직히 미국에 와서 살게 된 뒤로는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기도 뭐하고 (병원비가 비싼 게 문제다), 감기로 병원에 간다고 한들 다른 합병증이 있는지 정도만 살피고 사실 별 다른 방법이랄 게 없을테니 가지 않게 되다보니 나 스스로 2차 감염증에 의한 문제가 있나 없나만 살피게 되는 거다.

만일 2차 감염증 (기관지염 혹은 폐렴)으로 가게 되면 문제는 사실 굉장히 심각해지는데 잘 쉬면서 버티면 이렇게 진행하긴 쉽지 않으니 그렇게 잘 넘기고 있는 거다.

문제는 이렇게 버티는 동안 진통 소염제를 먹고 나서 여러 가지 증상이 완화될 때마다 체감되는 ‘급격한 좋아짐’이다. 대개 감기 증상이 심할 땐 근육통도 그렇지만 그곳 말고도 머리 코 목 등등에서 불편함이 제법 있는데 이게 약효가 발현되면서 한꺼번에 완화되면 뭐랄까 진통제를 통해서 감기 걸리기 전보다 오히려 더 좋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들게 되는 거다.

이게 정말 신기한 게 감기에 걸려있을 땐 진통제를 복용했을 때의 효과가 엄청나서 정말로 다시 태어난(?) 사람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렇지 않은 때라도 평소에 여기 저기 크고 작은 통증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을 포함해서)이 있는 나이가 되면 진통제를 먹을 때 마다 놀랍게도 몸이 가뿐해지기에 뭐랄까 점점 더 애용(?)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도 열이 심한 상황이 아니면 대개 하루 한 번 이상은 잘 먹지 않는다.

대개 감기에 걸려서 (한국) 병원에 가게 되면 하루 세번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의 처방이 있어서 사실 이렇게 먹으면 제법 효과가 크다. 감기에 걸려서 골골해야 되지만 그렇지 않게 있을 수 있단 거다.

이 약의 기전은 프로글란딘이라는 성분이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인데, 프로글란딘이라는 물질 자체가 하는 작용이 제법 광범위하긴 하지만 통증을 전달하는 물질이란 것과 뭔가 끈적이는 점액을 만들어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있다. 그러니까 이런 약들을 많이 복용하면 위장출혈이 있다는 이야기도 끈끈한 점액 상태의 물질 - 위에서 분비되는 점액의 생성도 막아서 점액이 위산으로부터 위 벽을 보호하는 기능을 떨어뜨리게 되기 때문이란 설도 있다.

어쨌든 이부프로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의 하루 최대 투여량이 의약품 관련 페이지에서 각각 3200, 4000mg이라니 그 양이 제법 상당한데, 해열제로 열이 잘 떨어지지 않아서 열이 매우 심하면 최대 투여량을 다 때려넣으라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어쨌거나 평소에는 한번에 200mg/500mg 한 알 정도를 먹거나 고통이 심하면 두알 정도 한꺼번에 먹고 대략 6시간 정도 약효의 지속을 체감하게 된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대략 이렇게 하루 세번 먹게 되니까 하루 최대 투여량의 절반도 안되는 양을 복용하게 된다.

이들의 약은 간에서 대사가 이루어지므로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면 간에 무리를 주게 되므로 적정양만 섭취해야 한다. 또한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 부분이 꽤 되므로, 또 신장이 손상을 받으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많은 양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좋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