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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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라는 말은
하기 싫은 걸 꾸역 꾸역 참고 해내는 거라고 한다.
그게 아니면 ‘열심히’라는 말을 붙이는 게 아니라고.
내가 예민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뭔가 재밌게 이것 저것 하고 있다면
나더러 ‘열일한다’라는 소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별로 기분이 좋지 못하다.
‘너 잘났다’ 라는 말로 이해가 된다.
‘잘 할 필요 없는 걸 참 애 쓴다’라는 말로 들리기도 하고.
‘누가 인정해준다고 그걸 하나’…등등
생각보다 내가 내 주위 사람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온 듯 하다.
아니면 나도 같은 생각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좀 달라진 것인지.
그러면 그럴 수록 나에게 해를 주는 사람이란 생각까지 들어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만 한다.
요즘 어떤 교수님이
정리해서 올려주시는 멘탈 관리 관련 유튜브 영상을
자주 듣고 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은 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짧은 생각이라며
혼자만 알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공유해 주시는 걸 보면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요즘 유튜브를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서
악용하는 사람도 많다 보니,
그저 소일거리 삼아 올리는 것이라 보기엔
내가 받는 도움이 꽤 크다.
가끔은
툭 던지듯 전해지는 한두 마디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될 때도 있다.
그 말들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어떤 불교 경전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고,
어떤 책에서 봤던 문장이기도 하겠지만,
마침 내가 뭔가에 집중하고 있던 순간,
그 말이 나에게 쏙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하나의 인연일 수 있고,
그래서 더 깊이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사람 모든 일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하는 말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마음 먹기에 따라
누구는 열일해서 괴롭고
누구는 열일해서 재밌고
아니 재밌어서 열일하고
그런 거 아닌가?
‘돈 벌기 위해 억지로 하고 있다’ 라는 생각처럼
스스로가 하고 있는 것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도 없지 싶다.
‘재밌어서 하고 있는데 돈도 벌고 있네…‘라고 생각하면
진실을 해치지도 않고
힘들고 짜증 날 일도 없다.
열일 하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힘들었을 때가
‘교수 돈 벌이를 위해 집에도 못가고 이걸 하고 있네..’,
‘교수 업적을 만들어 주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어’ 또는
‘졸업 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며
일과 공부를 할 때였다.
누가봐도 스스로를 ‘노예’로 만드는
어리석은 말과 생각인데,
나는 늘 습관적으로 그렇게만 생각했다.
‘더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며
더 좋은 커리어를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하필 모잘라서 여기서 이렇게 썩고 있구나’
바라던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한 뒤에도
내가 하는 일을 재미있게 했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라는 어리 석은 생각에
갇혀지낼 때가 많았다.
글쎄, 나 말고도
이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고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꽤 많았을텐데
나는 그렇게나 어리석었다.
내게 주어진 인연을
있는 그대로 감사히 받아들이고
그것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욕심도 습관이라
늘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
100개의 좋은 것이 주어졌음에도
1가지 안좋은 것을 어떻게든 찾아내어
왜 나에게 그런 것이 주어졌는지
누군가를 원망하며
불평하고 괴로워한다.
좋은 인연이 나에게 주어져
나름의 복을 누릴 수 있었다면,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내 어리석음으로 인해
인연이 떠나갔다 해도,
그 인연이
나 같이 어리석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니,
그것 또한 잘 된 일이다.
나 역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기회를 또 한번 얻은 셈이고.
어찌 보면, 우리 모두 윈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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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인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엄밀히 말하자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
당장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게 종국엔 진짜 좋은 일이었는지는
결국 시간이 지나봐야 아는 법이다.
이렇게 한치 앞도 모르면서
일희일비하는 건
어찌 보면 어리석고 바보 같지만,
덕분에 나는
이런 감정의 널뛰기를
매일매일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열반에 이를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정말로
이런 감정의 파동조차 사라져버린다면,
그땐 아마
사는 게 너무 무미건조하다고 느끼겠지.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 속에서
내가 감정의 동요를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내 삶이 아직도
제 맛을 제대로 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열반에 이르지 못하고,
깨달음이 부족해서,
어리석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게 펼쳐지는 세상이
아직도 너무도 생생하고,
그 맛이 너무도 진해서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익숙지 않은 강렬함에
반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