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나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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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감사와 행복의 기분이 솟아오르다가도, 어느 날은 불안한 감정이 슬며시 찾아오곤 한다.
‘오늘은 주식이 미친 듯이 떨어지고 향후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 물가가 치솟는다, …’ 등등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한없이 쏟아져 나오는 걸 듣고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을 수는 없다.
이 문제는 나만의 문제도 아니고 나처럼 거의 소비를 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소비를 하는 다른 이들이 받을 타격에 비하면 훨씬 낮을 위험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그 우려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휴지 조각으로 변할 것 같고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만 같다.
이미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겪어내었고 그렇게 그렇게 잘 살아냈다. 이보다 더 안좋은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확률이 극히 낮은 일이 나에게 닥쳐서 큰 곤란에 처하게 될 것만 같다.
마치 한 밤에 도로에서 차 사고가 났는 데 완전히 고립되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만 같다.
기왕에 불안이 찾아왔다면 반갑게 맞아주고 한바탕 레슬링을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가볍게 눌러버렸다면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나에게 찾아온 불안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다.
어떻게든 나의 머릿 속 대응 논리의 헛점이나 빈틈을 노리고 계속해서 파고든다.
말싸움에 지기 싫어하던 누군가를 보고 있는 그런 기분이다.
‘그러면 나더러 어쩌라고?!’
‘그러면 맘대로 해보시든가.’
불안은 나를 괴롭힐 수는 있지만 정작 날 어쩌지는 못한다.
슬며시 찾아와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면 무시하지는 말자.
무관심하면 또 다른 방법으로 집요하게 나에게 파고들게 뻔하다.
‘그래. 너무 외롭다 싶으면 나에게 뭐든 얘기해. 그렇지만, 내가 다 들어주리라는 보장은 못한다. 내가 요새 좀 바뻐..’
내 몸이 바쁘거나 몸을 써서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으면 불안은 잘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찾아와도 내가 응대할 여력이 없다.
나를 몹시 바쁘게 해서. 한동안 만나지 않으면 나는 몹시 가뿐해진다.
그럴 때 찾아오면 나는 이 친구를 쉽게 다룰 수 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고맙다. 여기까지 나에게 찾아와 조언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