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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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 것 아닌 차 사고였다.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충전을 시켜놨는데 일하는 도중 tesla app에서 차에 문제가 있단 메시지를 받아서 가보니 옆에 세워놓은 차가 오른쪽으로 틀면서 나가다가 내 차의 범퍼를 긁고 나간 것이다. 내 차 범퍼는 파손되서 교환 받아야 될 상황이 되었고 상대방 차는 새 차인데 운전 경험이 미숙한 상태라 측면 패널 4개가 긁힌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회사 주차장이라 시설 담당자 등등 나와서 이것 저것 챙겨놨고 차에도 사고 기록이 동영상으로 남아있어서 별다른 문제는 없는 건데, 오랜만에 차사고를 당하고 나니 앞으로 처리할 일들의 순서며 귀찮을 걸 생각하니 살짝 패닉이 왔다. 패닉이라 함은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고 정상적인 사고와 대응을 하지 못하고 멍해졌다고나 할까? 이런 거 가장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연락하고 등등.
내가 미국에 살고 있으니까 이런 일을 당하면 내 편도체는 생존 회로를 자극해서 반응하도록 작용하기 때문인지 상황을 영어로 대응해야 하는데 전두엽을 사용해야 가능한 언어이다보니 처리 시간이 걸리게 되고 뭐랄까 덜 처리된 날 것의 언어가 밖으로 나가게 되는 거다. 왜 편도체는 경미한 상황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내가 평소에 굉장히 안전 일변도의 안정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지 싶다.
어쨌든, 증거 및 여러 가지 정보가 잘 수집 되었다면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먼저이지 싶다. 이걸 강조하는 이유는 이게 생각만큼 잘 안되기 때문이라서 그렇다. 아마도 내가 대략 1년전 쯤에 누가 내 차의 문짝을 긁고 갔고 경찰에도 신고하고 별 짓 다했는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지 싶다. 그와는 반대로 이번의 경우는 가해 차량의 주인이 같은 회사 사람이고 목격자도 많고 차에도 기록이 남아있고 연락처도 있고 보험 정보도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살짝 당황한 걸 보면 말이다.
오랜만에 당한 일이라 처리 순서를 적어본다.
- 사고 상황의 사진 및 가해 차량의 정보를 전부 수집한다.
- 내 차 보험과 상대방 차 보험사에 전부 file a claim 한다. claim number를 받아둔다.
- 차 수리 견적을 뽑고 수리 가능 날짜, 수리 시작하는 날 렌터카 제공 여부를 확인한다.
- 수리 견적을 뽑을 때 claim number를 넣어주면 알아서 처리 해준다.
- 수리 날짜에 차를 입고 시키고 렌터카를 받아서 나온다. …
생각보다 진척이 더디고 지루할 수 있는데 끝까지 잘 버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