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Love Story

1991년에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한 드라마인 “Tokyo love story”를 25년도 더 지난 지금 시청하게 되었다. 이미 91년에 이 드라마의 타이틀 곡은 우연찮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위성 수신 시설이라든가 일본 문물을 구하기 쉽지 않았던 어린 학생이었던 터라. 이런 게 가능해진 시절에는 이 드라마가 워낙 옛날 드라마가 되어버린 뒤라 접근이 쉽지 않았음은 물론이거나와.

옛날 생각이 나게 하는 복장이나 머리스타일 이런 것도 이 드라마를 보는 데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연기자의 순수함이랄까, 20대 초의 젊은 이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니 그 자체도 순수하겠지만 어쨌든 그 점에서 완전히 압도당해버리는 느낌이다.

특히나 여주인공으로 열연하신 스즈키 호나미씨의 미소와 연기가 이 드마라의 거의 80-90%라고 나는 생각한다. 25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서 보면 옷차림이고 뭐고 간에 이런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모습에 완전히 몰입된다. 스스로에게 과연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는가 하게 되고 말이다.

이 드라마를 보기 몇 달 전에 스즈키 호나미씨가 은퇴한 직장인의 50대 부인으로 나오는 ‘방랑의 미식가’를 봤다. 50대인데 얼굴이 약간 좀 무섭고 꼼꼼하고 까칠하실 것 같은 분위기인데 타케나카 나오토씨의 상대역으로 나오시기에 이분도 조연급으로 유명하신 분이라고나 하고 이분의 엄청나신 관록을 몰라봤다. 은퇴를 선언하고 공백기를 갖기 전까지만 해도 80년대 후반-90년대 초까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셨던 분이었다. 물론 공백기에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면 될 수 있겠으나, 드라마가 매우 현실적(?)으로 드라마 대부분을 채우는 등장인물들이 결혼으로 골인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만, 난 그런 점 때문에 그렇게 좀 개연성이 있는 부분 때문에 일본 드라마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가 끝나고 몇 년 후에 스즈키 호나미씨만 사회적으로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나오는 스페셜이 있긴 했는데, 이것은 좀 여러가지로 좀 여운이 많이 남았던 것 같다. 물론 다른 드라마들의 스페셜 (일종의 확장판? 혹은 과거 회상판? 팬서비스?)이 다들 그러하지만 말이다.

이로써 작년에 이어 올해는 90년대 드라마도 클리어해버리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90년대 또 2000년대 초 드라마는 점점 인터넷에서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꼭 옛날 것이 좋고 새것이 별로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워낙 욕심이 많아서 그 시절의 감정이나 영감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