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내가 더 현명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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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내가 더 현명했더라면 뭔가 다른 결과를 얻게 되었을까?
난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내가 현명하지 않아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좋은 말씀을 매일 같이 마음속에 새기면서 살아도 - 내가 후에 기억하길 - 정말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 상황이 있다. 내가 생각을 못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던 상황에 내가 처하게 된 것이다.
지난 후엔 내가 기억하는 것은 오로지 내가 그 결정을 내렸다는 것과 그것이 지금의 내가 보기에 어리석었기에 내가 더 현명했더라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지 할 뿐이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내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데, 그랬더라면 난 지금..
그것은 내가 지금 이러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을 어쩌면 합리화하려고 하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내가 어리석었으니까 이렇게 되었지 하면서.
난 어리석지 않았다. 적어도 그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하려 했지만 그것의 지난 후에 돌아다보니 최선의 선택이 아닌 게 되었을 뿐.
마치 내일 크게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한 주식을 오늘 왕창 사 놓았는데, 얼마 후 내 예상과 달리 크게 폭락해머리면 ‘아 그때 내가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인생 자체도 도박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매순간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결정이 어떤 것이든 지금의 상황을 기준으로 내가 내리는 것이고 내 인생을 통해 두고 두고 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내리는 결정이다. 신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너무 깊이 생각 말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거냐?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 제대로 살고 있는 거냐 하는 이런 질문 따위 나한테 하지 말자.
운 좋게 내가 내린 결정이 여러 번 소위 로또를 뽑는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결정이었다 치자. 그렇게 대박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이고. 수많은 결정들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에서 악수를 계속해서 두는 경우도 생기고 마치 미래를 완벽히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이나 엄청나게 좋은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우리 머리 속에는 이미 내린 결정을 통해서 흘러온 것만을 알고 있을 뿐, 또 지금 내려지는 결정에 따라 맞춰서 계속 살아갈 것에 대해 생각하기도 바쁘다. 그냥 나아가는 거다. 후회는 무의미 하지만, 어차피 실현되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특별히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좋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risk를 management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안될 때도 대비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데, 안될 때에 대한 고민은 안될 때 하자. 어차피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지 못하고 맞이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대세에는 차이 없다. 꼭 안될 것을 미리 생각해서 대비해야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오히려 상황이 안좋아졌을 때 그 상황에 맞춰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한다. 미리 그런 것을 고민하면 낭비하는 것은 내 정신력이고 다운 되는 것은 내 기분 뿐이다.
심사숙고하고 신중하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은 그런 생각은 누가 만들어낸 것이냐?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인간은 또 뭐냐? 제갈양도 미래를 점쳐봐서 그렇게 된 걸까? 글쎄 내가 보기엔 사기꾼 기질이 있는 그가 용케도 여러 번 소 뒷걸음질 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