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들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며
on
본의 아니게 누군가와 대화 중에 내가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들의 이름이 간혹 등장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그 사람들 잘 살고 있나 대놓고 연락하기도 뭐하니 인터넷의 힘을 빌 때가 종종있다. 개인적인 사생활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서도 안되니 그저 최근 소속이 어디냐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까지 알아보는 게 전부다. 뜻하지 않게 사진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어쩌다 신문에 나지 않는 이상 요샌 다들 사생활 관리들을 하고 있어서 그런 일은 드물다.
나도 삶의 궤적이 길어지고 같은 바닥에 오래 있다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이력을 보면 대충 어떻게 흘러왔을지가 아주 잘 그려진다. 물론 그 사람도 나의 이력을 보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그 사람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파악을 하겠지만 말이다. 그 기준이란 게 자신이 얼마나 넓은 세상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높은 자리에서 남을 평가하거나 파악해야 할 위치가 되려고 하면 넓은 세상을 두루 경험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맞다.
예전에 기억하기로는 참 똑똑하고 뛰어나다 싶었던 사람인데 같은 곳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면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반대로 반칙을 즐겨하는 이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역시나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구나 하게 된다. 아니 내 눈에 반칙을 즐겨 하며 사는 것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나만 그것을 모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 이야기 하다보면 온 종일 이야기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고, 반드시 또 다시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역시나 그런 맘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연락하기 꺼려진다. 혹여 내가 가진 호감이 다시 만나는 것으로 깨어져버릴지, 아니면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을 들켜버리기 싫기 때문인지.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호감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변하지 않는 구나 오늘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혹여나 누군가 나에게도 그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죽을 때까지 다시 만날 일이 없더라도 오래 오래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