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침착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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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도 가끔 정신을 못 차리고 흥분하게 될 때가 있다. 기뻐서 흥분하는 것이라면 행복할텐데 나란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을 받을 때다. 평소에 나에게 관대했더라면 의외의 상황에도 침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에게 쓸데 없이 높은 기준을 들이대고 있었다면 작은 자극에도 심하게 동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나란 사람의 정체성, 나에 대한 기준이란 것도 순전히 내가 정의한 것이라 그것은 오랜동안 내가 만들어온 나에 대한 나의 기대치쯤으로 볼 수 있다. 어차피 타인들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고 그들에게 있어 타인에 불과하느 나에 대해서 특별히 기대치라는 게 있을리 없고, 또 그들에게 있어서 타인들은 자기보다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것은 내가 구태여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다분히 그 기대치와 기준은 표준이란 게 있을리 없고 내가 편해지려면 세상의 기준보다도 더 낮게 두어도 상관이 없다. 내가 편해지고 내가 당당하게 살아가려면 말이다.
사실 내가 나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든 낮추든 나란 사람 자체의 본질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높은 기대치를 갖으면 갖을 수록 내 삶이 힘들어질 뿐. 마치 주변 상황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해서 고용하고 있는 종업원에게 더 많은 실적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경영을 그 따위로 해서 좋을 게 없는 것 처럼 나에 대한 경영도 그 따위로 하면 삶은 괴로워질 뿐이다.
남도 아닌 나다.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나. 왜 쓸데없이 높은 기준을 들이대서 날 괴롭히는가. 편하게 살자. 좀 못하면 어떤가? 못 하다가 잘할 때도 있다. 못할 땐 심하게 질책하지만 잘할 땐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아니 주변 여건이 좋았다고 생각하거나 운이 따라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잘한 것은 잘한 것 아닌가? 못해도 다음에 잘할 것이라 생각하면 질책할 이유가 없고 운이 따라줬다고 해도 잘한 것은 잘한 것이니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나란 존재도 나이가 얼마가 들었든 항상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내 자신에게 엄하게 한다고 질책하고 몰아부쳐봐야 내 안에 남는 것은 쓸데없는 죄책감과 우울감뿐이다. 남들이 다 비난하고 헐뜯는다 하더라도 나만은 날 믿어주고 응원하고 기운을 북돋아주어야 한다. 제발 좀 그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