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폴형 기타에 대한 단상..

12월 둘째주 주말은 눈치를 보다 기타는 잠시 피킹 몇 번 해본게 다였다. 뭐 이런 저런 일로 집에도 별로 있지 못했고, 집에 있다고 해도 2명의 공작원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강력한 방해 공세를 해대는 통에 기회는 있었으나 정작 주무른 시간은 30분이 못되는 것 같다.

최근 겜발리옹의 씨디를 구해듣게 된 후 만들었던 샘플이 워낙 짧은 시간에 연습 녹음한거라 엉망이기도 하지만, 손가락/손목 체력의 한계를 경험하게 한지라, 오랜만에 겜발리옹의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잠시 틀어 피킹 및 스케일 연습해보았다. 예상하던 바와같이 5분을 버텨내지 못하고 손가락과 손목의 통증으로 여러 번 넉 다운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서너번씩 가볍게 반복하던 시절은 언제였단 말인가. 박자감은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만 힘겨운 손가락 덕택에 어쩔 수 없이 정박에서 계속해서 밀려난다.

기타를 바꾸어 에피폰을 들고 쳐보기도 하다가 주력기로도 쳐보았다. 쳐본 느낌으로 이놈의 레스폴은 나에게 너무 불편하단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15 프렛 이상의 플레이는 사실상 연습이 충분하지 않고서는 어쩌다 재미로 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손가락이 짧은 것도 이유가 있겠으나 셋인넥의 특성상 넥과 바디의 조인트가 매우 두껍고, 조인트가 되는 위치가 15 프렛 근방에다 기타의 구조상 (중저가형의 기타는 프렛과 넥의 가공상태로 볼때 액션을 매우 낮춰놓기가 쉽지 않다) 액션이 높은 편이라 셋인넥의 두터움과 높은 액션을 한꺼번에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높은 프렛에서 연주하려면 실수할 확률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사운드 측면에서 셋넥이 서스테인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힐을 잘 가공해놓은 기타가 아니면 치기 힘들고, 레스폴 형은 그 전통적인 디자인을 고수해야하겠기에 힐을 치기 편하게 가공하면 본래 디자인을 많이 바꾸어야 하므로, Playability는 별로 우수하지 못하다.

또한, 레스폴형 기타의 넥픽업 험버커라서 고음 특성이 싱글 코일보다 약하단 특징이 있다. 대개 레스폴은 험버커 픽업을 스플릿해서 쓸 수 있는 기능이 없고 3단 픽업 실렉터로 넥, 넥+브릿지, 브릿지 픽업만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레스폴의 클린 톤을 괄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보면 맞다. 나에게는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결론을 내려보자면, 앞으로는 스트렛형의 셋넥 기타, 혹은 더블 컷어웨이, 셋넥 형태에서 힐이 잘 가공된 기타를 구입해야겠단 얘기다.

탑이 이쁘게 올라간 레스폴은 치지 않고 끌어안고 있기만 해도 뿌듯한 생각이 드는 기타지만, 막상 연주하기에는 나름대로 불편함이 많다. TOM 브릿지 덕택에 튜닝이 매우 간편하단 장점은 있지만, 락킹 튜너나 락킹 너트가 없으면 튜닝이 수시로 틀어지는 짜증이 함께한다. 너트에 2,3,4번 줄이 끼여 튜닝이 들쭉날쭉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이것은 레스폴 형태의 헤드를 갖는 기타의 고질적인 문제다. 뭐 너트를 바꿔끼면 좋아진단 얘긴 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