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를 한대 만들까 말까..갈등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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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릴 케이스에 프리앰프 모듈만 바꿔끼우는 모듈러 프리앰프를 만들다가 말았던 때가 얼마전인 것 같다. 아크릴 케이스가 불안해서 사실 다 만들어놓고 창고에서 썩고 있다만..

얼마전 누군가의 듀얼렉티파이어 소릴 들어보니 또 앰프 자작이 하고 싶어졌다..

얼추 예산을 잡아보니 100W 헤드 하나를 만드는데 약 50만원 정도 들어간다. 좀 웃기는 사실이긴 한데, 50W 헤드는 재료비나 수고로 봤을 때 100W를 만드는 것에 비해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재료비의 금액으로 봤을 때 많아야 5-6만원?)..

프리앰프를 더 이상 안 만드는 이유는 뭐 알다시피 프리앰프로 레코딩을 할 때, 아날로그 cab simul을 만들어 쓰거나 digital cab. simul을 쓴다고 할 때 그 앞에 power amp를 simul하는 뭔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특유의 펀치감이나 하모닉 특성이 도저히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S/W로 effect를 거는 경우, 아무리 동작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S/W의 processing delay를 포함한 loop delay가 커서 real time monitoring이 불가능해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앰프 헤드와 케비넷, 그리고 마이크를 통해서 하는 작업은 방구석 기타쟁이에겐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앰프 헤드를 열심히 만들어봐야 별반 이득이 없는 일일 수도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붕붕거림을 가장 잘 흉내낸 렉티파이어 레코딩 프리앰프를 중고로 사다가 쓰는 방법이 있겠다..아니면 나도 똑같은 케비넷 에뮬레이터 회로를 가져다 심거나..(원본을 뜯어서 복사하기 전엔 흉내낼 방법이 아직은 없다..)

아니면 집에서 반란을 일으켜(!!) 50W 헤드라도 맘놓고 쓸 수 있게 된다거나..물론 음량으로 봤을 때 집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수준으론 많이 모자란다..

마지막으로, 파워브레이크나 레드박스, 또는 이와 유사한 더미헤드+케비넷 시뮬을 쓰는 방법이 있다..아니면 이 조차도 만들어 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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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프헤드는 프리앰프와는 달리 말 그대로 한판 벌여놓고 하는 일이므로, 예전처럼 어줍잖은 앰프 케이스나 아크릴(!!)로는 커버할 수 없다. 전원 트랜스와 출력 트랜스의 무게가 꽤 되는데다, 450V의 DC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할 육중한 정류회로가 필요한 까닭에서다..

예전 방법 그대로 샤시를 올리고, 그 위에 부품을 배치하고 후면에서 러그에 땜을 해서 조립을 하게 되므로, 비좁은 만능기판에서 작업하는 것보단 훨씬 여유로울 것으로 생각된다..물론 각 선간에 간섭을 줄이기 위해서 직각 배선을 해야한다거나 배선의 예술을 추구하자면 골치아픈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작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1) 회로 설계

잘 알려진 회로가 이미 공개되어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원본 그대로 구현하는 것 보단 기왕에 손대는 김에 다용도로 쓸 수 있게, 그리고 부품과 제작 수고가 덜 들게끔 수정을 해야한다. 물론 구할 수 있는 부품으로 대체해야 할 확률이 100%이므로 이에 맞게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

2) 부품 구입, 샤시 가공

설계된 대로 부품과 샤시를 구입하고, 구입한 부품이 샤시에 안정적으로 장착될 수 있도록 샤시 상판을 설계해야되고, 스위치와 노브, 단자의 위치도 정해서 역시 도면을 그려 샤시 가공하는 곳에 맡겨 작업해야 한다. 혼자서 드릴이나 공구를 이용해서 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3) 앰프 조립

회로도 대로 앰프를 조립한다. 대부분의 수동소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샤시에 고정이 되므로, 기판 위에서 거추장스럽게 작업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본다. 조립 후에 버그를 잡아내거나 테스트하는 것도 엄청나게 편리하고 말이다.

4) 디버깅/튜닝

어차피 내가 만드는 이상, 조립이 끝났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적어도 하루 이틀은 빼먹은 곳이 없나 잘못 만든 곳이 없나 수없이 체크해봐야 한다. 역시 공간이 널널한 샤시에서 작업하게 될 것이므로 훨씬 여유롭게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파워앰프가 더 달라붙는다고 해도 전체 복잡도에 기여하는 바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프리앰프를 만드는 수고에 1.2배 정도의 수고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5) 즐김..

먼저, 8옴이나 16옴 저항을 이용해서 테스트해봐야 한다..최종 테스트는 동생의 똘똘이 앰프를 이용할까한다..(터져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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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부품 수배와 샤시가공하려면 약 1달 정도 들 것으로 본다. 부품 조립이야 일찍 퇴근해서 하루 이틀이면 다 할 수 있을 것이고..디버깅 및 테스트에 약 1주일 정도 들 것으로 본다..중간에 바빠서 못 만지는 것 까지 감안하면 두달이면 넉넉잡아 할 수 있는 일 같아보인다.

물론 가장 어려운 일은 마눌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참아내는 것이다..그 때문에 가장 갈등이 되는 것이고..결혼전이라면 방에다 앰프를 벌려놓든 케비넷을 들여놓고 붕붕대든 청소만 잘해놓으면 그뿐일텐데..우쒸 나 왜 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