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E에 대한 단상..

BBE가 가져오는 효과가 뛰어나다보니 예전 같으면 녹음실에서나 사용되던 것이, 이젠 TV, Mp3 플레이어에도 들어가고 있다. 심지어는 PC에서 돌아가는 Mp3 플레이어는 물론 VST/DXi로도 보급이 되고 있을 정도니까.

BBE사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BBE의 기술 원리는 입력 신호를 3 band로 나누어, 각 band별 delay를 다르게 줌으로써 실제 환경에서 원음이 왜곡되는 문제를 개선한다고 한다.

실제로 고급 하이엔드 기기에 대해서는 해당 사항이 없겠으나, 보급형 오디오 재생 기기의 경우는 앰프가스피커, 헤드폰의 기기를 드라이브 하기 위해서 풍부한 물량 공세를 취하지 않음으로 해서, 실제적인 slew rate가 그리 높지 않은게 사실이다. 여기서, slew rate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Slew rate라고 하는 것은 입력 신호에 따른 목표 신호에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느냐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입력을 10배 증폭시키는 앰프가 있다고 하면 1V의 입력이 갑자기 주어졌을 때, 이론적으로 출력은 10V가 순간적으로 얻어져야 하지만 실제로 목표 전압인 10V에 이르는 시간은 앰프를 어떻게 설계했는가 어떠한 부하가 물려있느냐, 전원이 공급할 수 있는 순간적인 전력이 얼마냐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주파수가 높은 신호가 신호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낮은 slew rate에 의한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실제로 입력 신호는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듣는 소린 그보다 느리게 변화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면 저음의 경우에는 신호의 변화가 느린대신, 특정 전압 상태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전원이 공급할 수 있는 전류량이 충분하다면 단단한 저음을 뿜을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전압이 떨어져서 내야 할 소리보다 낮은 소리가 나게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높은 주파수의 신호는 delay를 주지 않고, 중간 주파수는 약간의 딜레이, 낮은 주파수는 그보다 많은 딜레이를 주고 재생장치를 통해 감쇄되는 저음은 더 크게 늘려주는 식으로 해서 원음을 되살려준다고 한다.

실제로 BBE를 통한 소릴 들어보면, 첫 느낌이 저음이 더 강해진 것 같고, 두번째 느낌은 고음을 다소 saturate해서 harmonic을 강제로 늘려준 느낌이 든다. 물론 가장 큰 인상은 소리가 매우 또렷해진 느낌을 받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BBE를 걸지 않은 소릴 듣다가 BBE를 걸고 들어보면 매우 또렷하고 듣기에 좋은 소리가 나는 반면, 다시 BBE를 빼버리면 그 전까지 듣던 소리가 듣기 싫은 소리가 되어버리기에, 안쓰고는 못 베긴다는 것이다. 특히 BBE를 걸어주면 다소 limiter를 걸어주었을 때처럼 dynamic한 성질이 변화되어, 동일 음량임에도 다른 소리들에 비해 ‘튀는’ 소리가 된다. 음량을 많이 줄여도 또렷한 느낌 때문에 다른 소리들에 묻히지 않고 잘 들린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BBE를 써서 녹음을 하고 있을까다. BBE를 걸 때의 느낌은 건강을 위해 넣지 않으면 좋을 조미료를 넣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모든 사람이 조미료를 넣어 만든다면, 구태여 멍청한 맛이 나는 것보단 나도 같이 조미료를 넣어서 좋은 맛을 내고 싶다. 소리가 곧 돈인 프로뮤지션이 자기의 소리를 이쁘게 만들어주는 방법이 있다면 뭐든 동원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BBE든 이와 유사한 Aural Exciter, Vitalizer든 마다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