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버스 안에서..

매년 3-4월은 출근버스 타기가 쉽지 않다..

이때에는 약간만 늦으면 길게 줄을 서 있어야 한다거나, 때로는 도착할 때까지 계속 서서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2월쯤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갑자기 늘었음에도 버스 회사에서 배차를 늘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로 1시간이나 걸리는 곳을 그것도 이른 아침에 좁아터진 곳에서 서서가야 하는 일은 솔직히 쉽지 않다.

이것도 잠시..얼마있지 않아 출근 인원은 예전과 비슷한 수로 줄어든다.

이런 현상은 매년 반복된다.

하지만 나에겐 매년 새롭게 느껴진다. 올해로 만 5년째 다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처음 출근 버스를 타고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얼굴을 보는 사람도 있다.

입사할 때 같은 조에서 같이 교육을 받았던 사람인데, 우연히 같은 지역에 살고 있었고, 하지만 여태 한번 인사 주고 받은 적이 없다.

그런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최근 3-4년에 보게된 얼굴들이다.

여사원들의 경우는 그 기간이 더 짧아서, 1-2년 이상 얼굴 보긴 힘들다.

그럼에도 3년 넘게 봐오는 사람들이 있다.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의 그 예쁘고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운동부족으로 뚱뚱해져 있기도 하고, 맑고 팽팽했던 얼굴은 예전보다 더 두꺼운 화장으로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창백하게 늘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사람들과는 개인적인 친분조차 없는 나지만, 지각을 면하기 위해 헐레벌떡 차에 올라타는 그들의 얼굴을 쳐다볼 때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그렇게 변했다면 과연 내 모습은 얼마나 볼품 없어졌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배는 툭 삐져나와 축 늘어지고, 어려보이고 싶어도 도저히 어려보이지 않는 아저씨 룩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꿈은 어딜 갔는지, 마음속엔 온통 패배감과 굴욕감으로 가득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 그랬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가족들의 사진을 한 번씩 보라고..

내 자신을 서서히 썩게 만들면서 살아가는 게 과연 내 가족들을 위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