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 M-II 일주일 사용기..

일주일이라고 해봐야 사실상 세번 만져본 것인데, 첫 느낌이 중요한 것이니 솔직한 마음으로 적어 본다.

여태 Ibanez RG 수퍼스트랫과 에피폰 등의 기타만 만져보다가 ESP는 사실상 처음 만져본 기타라 아마도 아이바네즈 사용자 입장에서 보는 관점이 될 것 같다.

먼저, 좋은 점을 열거하라면 다음과 같다.

1) 부품과 목재가 고급스럽고, 뒷 마무리가 매우 깔끔하다

스텐다드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부분의 만듬새가 흠잡을 곳이 없다. 또 그것이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새록 새록 더 들어나서 더 애착을 갖게 된다. 이는 동급의 아이바네즈에서도 비슷한 거라 일단 가격대를 고려해봤을 때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할 것 같다.

2) 범용성이 높다

수퍼스트랫이긴 하지만, 피킹 어택에 따라 twang하는 특성이 있다. 싱글 픽업이 달려있진 않지만, 프론트 픽업으로 놓고 피킹 강도를 높이면 비음이 크게 섞여 twang한다. 리어 픽업으로 놓고 피킹 강도를 올려도 역시 twang하는 특성이 있어서 다소 묵직함과는 거리가 있긴 하지만, 메틀 성향의 기타라고 보기엔 리듬 커팅이나 twang하는 블루스를 하기에도 손색이 없어보인다. 아마도 메이플 지판이라 음색이 밝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3) 연주하기 매우 편하고, 손맛이 그대로 전달된다.

솔로시 피킹 강도나 핑거링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연주에 더 집중하게 되고, 세팅이 잘 되어있어서 액션을 매우 낮춰 놓아도 버징이 거의 없으며, 인토네이션과 튜닝 상태도 잘 유지되는 편이다.

볼트온 넥이지만 서스테인이 매우 긴 편이고, 물론 서스테이너 처럼 어택이 큰 음으로 지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천천히 decay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다음은 좀 아쉬운 점..

1) 베킹과 리드톤이 다소 거칠다.

혹자는 ESP는 매우 정제된 소리라고 하는데, Ibanez를 주로 써왔던 터라 그런지 프론트 픽업의 리드 음색도 매우 날카롭고, 리어 픽업의 리드 음색도 몹시 날카롭게 들린다. 이는 아마도 픽업의 성질이 많이 반영되어있는 거라고도 볼 수 있지만, 기타가 공명하는 주파수의 위치가 다소 높은 쪽에 맞춰져있는 걸로 해석이 된다. 하지만 그게 다소 어중간해서 이도 저도 아닌 것보단 개성이 강한 쪽으로 치우쳐있다고 본다.

2) 핑거보드 폭이 좁다

이는 다른 기타를 사용하는 이들이 아이바네즈 기타에 갖는 불만 사항과 정 반대의 불만사항이라고 보여지는데, 핑거보드 폭이 좁아서 밴딩시 음을 세밀하게 컨트롤 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3) 오리지널 플로이드로즈 브릿지

이건 기타에 대한 아쉬운 점이라기 보단 플로이드 로즈 브릿지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새 이 브릿지를 국내에서 OEM 생산한다는 설이 있던데, 크롬 하드웨어의 경우 본래의 브릿지 주물이 다소 무른 편이라 압력이 가해지면 크롬 도금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문제가 있다. 이것은 스터드나 브릿지 플레이트/새들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다. 인토네이션 조정을 위해서 새들을 움직이는 경우에, 예전에 세팅되어있던 부분이 압력에 의해 흔적으로 남아있는 다든가, 미세조정 나사의 움직임이 다소 뻑뻑하고 부자연스럽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

이것들은 아이바네즈 브릿지중에서 비교적 급이 낮은 Edge 브릿지에서도 관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아마도 외부에 OEM을 주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문제인지, 원래 오리지널 플로이드 브릿지의 급속부분이 그렇게 무르게 가공되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쨋거나 아이바네즈 브릿지들과 비교하면 여러 가지로 많이 불편하고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브릿지가 음의 진동에 따라 특정 주파수에 공명하는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과거에 사용하던 아이바네즈의 Edge-pro bridge를 생각하면 플레이트를 구성하는 부품들 사이의 빈공간이 특정 주파수로 공명하는 특성이 있어서 ‘오~’ 하는 느낌이 나던 것과는 좀 다르다.

총평!

스텐다드 라인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낮은 볼트온 모델이지만 충분한 서스테인을 가지고 있고, 코일텝 편의 사항도 반영되어있으며,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개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범용성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면에서 기대 이상의 기타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그 개성때문에 플레이 할 때마다 아이바네즈가 생각난다는 것, 또 더러 내겐 다소 쓸데없이 긴 서스테인과 날카로움 때문에, 그리고 약간 모자란 하드웨어 때문에 아이바네즈가 생각나게 한다는 것 때문에, 결국 나로 하여금 조만간 새로운 아이바네즈를 한 대 지르게 할 것 같다. 물론 이 기타는 근 시일에 처분할 생각도 없을 뿐더러, 기왕이면 오래 오래 같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