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믹싱이라는 거..글쎄?

뜻하지 않게 기회가 있어서 스튜디오에서 믹싱하는 광경을 한동안 구경할 수 있었다. 이럴 땐 내 자신이 레코딩이니 믹싱이니 이와 관련된 지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작업하는 분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 분의 평소 습관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한시간 여 구경한 소감은 아래와 같다.. 1) 믹싱의 본연 목적이라는 게 원음을 훼손되게 하지 않으면서 많은 소리를 잘 섞는다로 알고 있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목격한 바로는 주된 작업은 다이내믹 이펙트를 통해서 레벨을 올리는 게 주였다고나 할까? 2) 작업 후의 결과물은 트랙별 다이내믹 이펙트와 전체로 걸린 멀티채널 컴프/리미터가 복합된 소리이고 레벨이 엄청 올라간 소리라 많이 좋아진 것처럼 들릴 수 있는데, 막상 한 트랙 한 트랙 걸려있는 이펙트를 보면, ‘이런 거 걸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잡음 증강/다이내믹 감소 이펙트가 잔뜩 걸려있다. 3) 하모닉을 늘려주기 위한 작업도 병행되었고, 다이내믹을 건드리는 이펙터들이 많이 걸려서 그 덕택에 레벨은 많이 올라갔지만, 소위 ‘쏴아~’하는 잡음(녹음현장의 엠비언스+고역의 잡음)도 같이 키워졌다. 악기들이 크게 울려댈 때는 악기 소리에 묻혀서 덜 들리긴하지만, 레벨이 떨어지는 영역에서는 상당히 크게 부스트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전에서는 책이나 평소 상식과는 관계없이 풀려가는 일이 참 많구나 싶다. 결과물은 원래의 소리가 엄청나게 가공된 소리의 집합이었지만 비선형성 이펙트를 얼마나 가했는지, 쓸데없는 하모닉이 얼마나 늘었느니, 잡음이 얼마나 늘어났느니하는 문제와는 상관없이 나의 고객이 만족하면 되는 거다 뭐 이런 논리인 거다. 괜시리 원음의 다이내믹과 레벨을 잘 살려내면서 잡음은 줄이는 방향으로 작업했다하더라도 고객이 들어 덜 만족스러우면 쓰레기통 행인 거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좋은 경험과 상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엔지니어라도, 결국엔 (그 수준이 얼마나 높거나 낮거나 상관없이) 고객의 귀에 맞춰야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