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영어공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영어공부 자체를 한 적이 없다. 대학에서의 영어공부라고 해봐야 본인이 욕심이 없으면 하지 않아도 학점에든 학교 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으니 무심했고, 토플이나 토익같은 거 볼 일도 별로 없었지만, 입시나 입사에 문제가 될 수준의 점수를 맞은 적이 없었으니 필요성이란 것을 아예 절감하질 않았다. 남들 회화다 GRE다 공부하고 다닐 때, 유학갈 형편(IMF와 병역이 한몫했음)이 안되는 나에겐 회화와 GRE 모두 앞으로도 쭈욱 필요가 없는이겠다 싶어서 무관심했었는데..

요새 들어선 정말 영어를 잘 말 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늘고 있다.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외국인 선생님까지 모셔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공부를 한지 이제 6개월째다.이 나이에 칭찬 같은 거 들어봤자지만, 잘한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있지만, 유독 말하기에 있어서는 어떤 날은 반짝 잘되는 듯 싶다가도, 어떤 날은 솔직히 거의 입뻥긋도 못할 것 같이 입이 무거워지는 날도 있다. 입으로 나오는 얘기도 어떤 날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기가 막힌다 싶다가도 어떤 날은 유치원 애만도 못하다 싶을 때도 있다.나처럼 작은 일에 일희일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선 입으로 나오는 첫마디가 잘 나간다 싶으면 자신감이 솟구치는 반면, 어이없는 말 한마디로 시작하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책망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날은 완전 망치게 되는 거다.

정말 이거 뭐 하루 이틀 해서 될 것도 아니지만, 몇 년을 해서라도 될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정말 다행인건데..

하루 종일 귀에 영어를 달고 살고, 하루 종일 책도 읽고 말도 하고, 그렇게 오래 한다고 될 수 있는 걸까? —-이게 5년 전의 적어놓은 글인데..어쩌다보니 나는 지금 미국에 와서 살고 있다. 빌어먹을 영어를 매일 같이 읽고 쓰고 말하고 듣고.. 인생이란 게 이런 거다. 나에겐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지 하는 일을 모두 겪어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