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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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시절에 왜 이런 책이 있는지 몰랐을까, 내 주위엔 그렇게 스스로의 무지를 깨우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구나. 아니면 자기 자신의 무지를 깨우치는데에만 열중이었던 터라, 자기 주위에 나처럼 무지한 친구가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내가 느껴보거나 읽어보고 좋았던 것들은 나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와 어떻게든 그들을 설득하여 즐겨보도록 했던 것 같은데, 그만큼이나 나는 인생의 스승, 그리고 날 이끌어 줄 맨토를 만날 복도 없었던 모양이다.
나이들어 조금씩 찾아읽다가 느낀 점은 내가 이 책들의 극히 일부라도 10년 혹은 20년전에 읽어뒀더라면 나는 지금의 나와 참 많이 달라져 있었겠다는 것이다.물론 20년전이라면 난 이런 책들을 구해서 읽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설사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작게는 책을 빼앗기고 마는 수준이었을 것이고, 크게는 부모님의 감시 속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비록 지금은 이 책들의 내용은 책 좀 읽으시는 분들에겐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일 수도 있고, 더러는 지극히 편협하단 소릴 듣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이 책들이 담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지극히 굶주려있던 나에게는 그 내용 하나하나가 마치 가뭄속에 단비와도 같았다.
어쩌다 회사에서 교육같은 거 가게되면 나이 많은 부장님들이 요새 입사하는 20대의 성향이나 지식 수준에 대해서 얘기해줄 때가 간혹있다. 요샌 예전 같으면 금서 취급을 받았던 책들이 흔한 동네 도서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서 세계 각처의 소식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지금의 20대는 예전처럼 편향되고 균형잡히지 않은 사고를 가졌다거나, 사회 현상에 대해서 완전히 무감각한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들은 입시와 입사 시험에만 올인하여 살아온 나머지,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지극한 ‘꼴통보수’의 경향을 띤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면접을 보러온 친구들의 소수에게서 보여지는 특징이 아닌 전반적인 특징이라고 하니,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개인의 정치적 성향 (political belief)이 균형이 잡혀있든 좌나 우 둘 중 하나에 치우쳐있든, 개개인의 자유이므로 내가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것은 못 되지만, 그것이 전반적으로 한쪽으로 크게 치우쳐져있다는 것을 과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어쩌면, 뉴스나 인터넷 매체에서 얘기하듯이 요새 20대가 과거와 처럼 패기와 모험정신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할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어쩌다 출장을 가서 나보다 나이가 서너 살 어린 친구들과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를 가져보면, 생각보다 그들이 나보다 더 움츠리고 있는 듯한, 본인들의 가능성을 발굴하기 보단 엎드려있는 것에 더 능한 모습을 느낄 때가 있었으니까.
본론으로 돌아와, (내겐 특히) 주옥같은 이 책들이 전집으로 나왔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반가운 반면, 전집으로 들여놓았으면 좋겠다는 욕구와 상반되게 과연 들여놓게 되더라도 책장 속의 진열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에 막상 들여놓지 못하는 내 자신이 안타깝다고나 할까?
뭐 어찌되었든, 전집 중에 3권은 용케 읽어냈다. 읽다보면 중복되는 부분이 간간히 있어서 다음권 부터는 쉽게 읽혀질 것 같다는 기대감도 아울러 있고, 총 12권이라 주말에 잠깐씩 읽어내더라도 1년내에는 완독이 가능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