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장을 입을라카이..

소위 개발 엔지니어 직군에서 일한지 한참 된 아저씨가 되어버린 입장에서, 정장이란 것은 솔직히 말해서 어디 회사 면접보러 간다거나 결혼식/장례식에 가는 경우를 빼곤 전혀 입지 않는 옷이다. 그래서, 그 옛날 비싼 돈을 주고 산 정장들은 어쩔땐 졸업식때 한번 입고 끝나고 (아 이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이냐, 졸업식 한번 하자고..) 어르신들 어쩌다 선물 해주신 정장도 결혼식이나 장례식 없으면 옷장에서 썩어나는 게 보통이 된 거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 개발 엔지니어에서 살짝 벗어난 직책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고로, 옷 입기가 몹시 난해해졌다 이거다. 쉽게 말해서 ‘굳이 정장이 아니어도 좋으니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이시면 됩니다’란다. 이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이란 거 대개의 회사에서 요구하는 복장인건데, 그저 간편한 티셔츠 한장에 펑퍼짐한 면바지 입고 배를 쭉 내밀고 다녀도 사실상 개발직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복장터치가 없는데다 이게 사실상 그들에겐 보편적인 복장이라 상관이 없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살짝 챙겨입어줘야 한다는 말 되겠다.

그러니까 바지도 적당히 타이트해서 길어보이고 셔츠도 잘 다려져서 깔끔하게 슬림핏 살짝 나와주어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단 얘기 되겠다. 아무리 제멋에 사는 세상이라지만, 옷이란 게 단순히 나 좋자고 입는 것은 아니니까 불편해도 입어줘야 된다는 얘기가 되겠지. 특히나 나처럼 나이가 어정쩡한 사람의 경우는 너무 젊은 사람들처럼 멋을 내기도 뭐하고 늙수그레하게 입을 수도 없다. 더구나! 몸매관리가 안되면 이런 복장은 스스로 우울증을 유발시키기에 딱 좋은 복장이 아닐까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체중 감량 들어가셨는데, 식욕을 억누르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게 의학적으로 타당한 썰인지는 모르지만, 식욕을 억누르다보니 내가 그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먹는 것에서 많이 해소를 해왔고, 그것을 억누르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우울해졌단 걸 알게 되었다. 그러한 욕구불만의 희생자도 찾는 듯하고.

운동으로 해결하면 좋다기에 이 더위에 열심히 돌아다니며 땀만 빼고 있다만. 생각보다 오랜 시간동안 차근 차근 붙어버린 살들이 쉽게 이별하긴 싫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렇게 내가 속으로 슬픈지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