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mecast 사용기..
on
미국에 와서는 신용상태가 아직 좋지 못하다보니 회사 도움으로 받은 신용카드 하나만 열심히 사용 중이라 덕택에 포인트가 제법 쌓였다. 그걸 생각하면 초기에 많은 돈이 들어갈 때 debit카드로 썼던 것도 모두 소급해서 신용카드로 썼음 좋았겠다 싶은데 그것은 나의 욕심이고..
어쨌든 카드 포인트로 항간의 화제가 되었던 Chromecast를 하나 질렀다. 초창기에는 매우 저렴하게 풀렸는데 그땐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고 물량이 딸리는 상황이 되자마자 곧바로 70~99불로 판다는 판매자들이 많아져서 신경 끊고 있다가 이제서야 써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완전히 신경 끊고 있던 물건이었는데 얼마전 폰이 망가지고 아이폰 신제품을 사려다가 끌리는 바가 없어서 폰이 아닌 Nexus 7 2013이라는 태블릿을 사서 쓰고 있는데, 나름 구글 생태계도 재미있는 면이 있는지라 태블릿과 연계해 쓰려고 이 물건을 구입했다.
소감만 간단히 요약하면,
-
요새 티비와 연결하기 매우 편리하다.
-
IPTV라든가 공중파가 그다지 매력이 없다면 쓸만하다.
-
무선 공유기와 티비간의 무선 링크 상태가 좋아야 한다.
-
로컬 컨텐츠의 티비로의 캐스팅은 기대하지 말라.
국내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워낙 좋고 워낙에 티비와 연결해서 쓰는 방법들이 발달되어있으니 이 물건의 용도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사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고. 그런데 이 물건이 기획된 미국은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IPTV에 해당하는 상품은 국내와 비교하면 매우 비싸고 사실 공중파가 잘 안나오는 지역에서 공중파 프로그램을 보려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싱싱한 컨텐츠를 다양한 기기로 보게 할 수 있는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것들 쓰는 사람이 꽤 되는 것 같다. 새로 나온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든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서 싸게 보려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물건은 인터넷을 통해 이런 컨텐츠를 보급하는 곳과 티비를 중계해줌으로써 사용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의 컨텐츠와 접촉할 수 있게 도와준다. 텝으로 보던 영화를 집에 와서는 가족과 함께 티비로 이어보든가 뭐 그런 거 말이다.
초창기엔 AllCast라고 해서 로컬 미디어를 티비로 쏘아줄 수 있는 앱이 있었는데 곧 있어 구글에게 막혀버리고 만다. 몇달이 지난 지금에도 별 다른 변화가 없고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 기능은 사용자를 위해 만든 기능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결국 크롬캐스트를 통해 사용자가 자신의 미디어를 티비로 쏘아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은 본래 구글의 취지가 아니었던 모양인 거다.
어쨌든 하루 써보고 내린 결론으로는
-
안드로이드/iOS 텝이나 폰같은 이동 기기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훌루, 또는 구글 플레이에서 구입한 컨텐츠의 중계가 가능하다.
-
음악의 경우 클라우드에 올라가 있는 컨텐츠만 쏘아 올리기가 가능하다.
-
크롬 브라우져를 쏘아올리는 것은 피씨와 맥, 그리고 구글 크롬북에서나 가능하다. 텝/폰에서는 안된다.
-
피씨/맥/크롬북의 크롬 브라우져를 통해 지원되지 않는 온라인 미디어와 로컬 미디어의 중계가 가능하다.
-
반드시 피씨/맥은 무선 인터페이스가 갖추어져 있어야만 쏘아올리기가 가능하다. 무선 공유기에 물렸다고 모두 다 쏘아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결정적으로 이 모든 연결이 무선 링크가 좋아야만 가능하다. 공유기와 티비/피씨가 먼 곳에 있으면 효과가 썩 좋지 못하다. 특히나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받아오는 것과 그것을 티비로 중계해주는 것을 모두 무선으로 하는 경우, 거기에 무선 링크 마져 훌륭하지 못하다면 효율은 급감한다.
따라서, 저렴하게 피씨화면이라든가 내가 즐겨보는 온라인 미디어, 특히나 나와 같이 한국 사람인데 미국에 나와 살면서 미국의 공중파 방송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은 한국으로부터 중계되는 온라인 미디어를 많이 소비하게 되는데, 이걸 티비로 쏘아올리는 것은 크롬 브라우져가 아니면 안되니 그다지 쉽지 않다.
어차피 저렴하게 티비로 쏘는 물건을 구입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것은 잘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잘 이해 못하는 것 같다. 이미 이런 분들은 애플 티비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 미디어를 티비로 쏘아서 잘 보고 있었을테니까. 조만간 누군가가 나서서 이 물건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