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E Fx-II가 실제 앰프와 가까운 이유..

대개의 악기 회사들 특히 앰프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회사들은 기술적인 설명이 거의 없이 물건만 내고, 엔지니어까진 아니더라도 기타 앰프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보기에 다소 황당해 보이는 (마케팅) 문구 정도로 마무리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Axe Fx II에 딸려 있는 white paper를 보니 역시나 이 회사가 기타 앰프에 매우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타 앰프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략 이 앰프 시뮬레이터는 Analog Devices의 구형 DSP인 Tigershark 2를 쓰고 있는데, 사실상 이 DSP는 단일 채널의 음성 신호를 처리하기 위하여 나왔다기 보단 다 채널의 음성신호 (이를테면 여러 명의 음성 신호를 부호/복호한다든가)를 처리한다든가 이동 통신 신호처럼 복잡한 신호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이것이 한창 광고되던 때가 2000년대 초중반이었으니까 20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쓰인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든 일일 수 있는데, Analog devices에서는 DSP의 버전업을 하지 않고 clock cycle이 높은 물건만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당시 TS3의 개발 계획도 있었고 이것에 스펙에 대해서도 나름 소개되고 했었지만 개발비 대비 판매량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서 그런 것인지 실제로 개발되진 않았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2005년까지 DSP의 성능 자체를 크게 개선해서 통신신호까지 처리할 수 있는 DSP를 열심히 개발하려 애썼던 것 같은데, 실제로 그 이후의 노력은 core의 개수를 늘린다거나 hardware accellerator를 달아서 특수 목적의 신호처리가 가능하게 하는 식으로 개발 방향이 많이 돌아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실제의 진공관 프리앰프의 경우는 그것을 신호처리 모델로 바꾼다고 보면 사실상 filter - clipper - filter ..의 구조로 되어있다. 여기서 filter라 하는 것은 고음 혹은 저음이 깎여나가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진공관 회로는 매우 단순하고 회로의 구성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필터도 매우 단순한 특성을 갖는다. filter라 생각하면 상당히 세밀한 응답을 갖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진공관 프리앰프는 class A 회로이고 여기에 증폭률을 과도하게 올려서 찌그러짐을 얻는데, class A 회로의 특성상 하나의 증폭단에서는 + 혹은 -부분에 해당하는 파형만 찌그러진다. 따라서 클리퍼의 기능도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Axe Fx II의 제작진은 정교한 triode model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그와 달라서 어차피 입력이 과도하면 그것이 깎이는 지점의 특성도 단순해질 수 밖에 없어서 hard clipper가 되든, 복잡한 비선형 함수로 구성되는 soft clipper가 되든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어쨌든 filter-clipper의 다단 연결이 프리앰프를 실제와 똑같이 모델링하는 정석이라고 보는 의견에는 크게 동의하는 바다.

파워 앰프 디스토션의 경우 프랙탈 오디오가 놓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class AB 회로 (push-pull)가 갖는 crossover distortion이다. 사실 내가 프리앰프를 만들 때도 이 부분의 효과를 넣어주기 위해서 저출력 pentode 두개로 출력단을 흉내내는 회로를 만들고 싶었었는데, 이를 정확히 집어낸 것 같다. class AB 혹은 push-pull 증폭기는 +부분과 -부분를 나누어 증폭해서 실제 class A 앰프가 증폭할 수 있는 진폭의 2배를 증폭해서 전력은 4배를 얻을 수 있는 회로인데, 두 부분을 나누어 증폭하다 보니 두 부분의 경계지점에 오게 되면 본래의 신호가 찌그러지는 효과를 갖게 된다.

즉, 프리앰프 디스토션이 +/- 방향으로 진폭이 높은 지점이 찌그러지는 특징이라고 하면 파워앰프 디스토션은 0 근방 지점에서 찌그러지는 특성을 갖는다. 사실 이것이 그냥 프리앰프로만 시뮬레이션 하는 것과 달리 하모닉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효과일 수 있다. 프리앰프의 출력이 사실상 거의 방형파 (Square wave)에 가까운데 파워 앰프에서 crossover distortion을 겪게 되면 음량에 따라 방형파의 위상이 변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좀 비약하자면 코러스가 걸린 듯하모닉이 증가해서 더욱 웅장한 소리가 얻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Axe Fx가 실제의 앰프를 흉내내기 위해서 tone-stack회로를 분석한 뒤에 전부 공식화하고 그것을 디지털 회로로 전무 모델했다는 거다. 또한 트레블/미들/베이스 노브의 특성 (Taper-A, Taper-B)에 따라 변화 커브도 그대로 반영하였기 때문에 실제 앰프에서 노브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수 있다. 나도 실제의 앰프를 제대로 모델링하려면 이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것을 구현하자면 쉽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그래픽 이퀄라이져의 경우는 패스하는 주파수가 다른 여러 개의 필터 출력을 모두 더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만들기가 쉽다. 5밴드면 5개의 필터가 합쳐지고, 컨트롤은 각각의 출력에 얼마나 게인을 주느냐에 따라 결정되니까.

그러나 고전 앰프들의 tone stack은 그렇지 않아서 트레블 노브를 만지면 고음뿐 아니라 중간/저음역대가 모두 움직이고, 나머지 노브도 마찬가지로 다른 음역에 전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Fractal audio에서 그렇게 했듯 가능한한 노브의 회전 각을 정해진 수로 나눠서 각각의 영역에 대해서 필터 수식을 따로 계산해서 그것을 필터로 만들어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Axe Fx 씨리즈의 앰프 모델링 방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