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계로 옮겨가기..

서론을 길게 적어봤다가 다 지워버렸다. 과거의 사실들만 나열해서 지겨운 서론을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내가 그 옛날 전공서적의 서론을 읽으면서 느꼈던 저자의 고지식함 고리타분함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아날로그 세계는 올해까지 경험하고, 내년부터는 이 블로그를 통해 디지털 앰프 시뮬을 진행 상황을 올려볼까 한다.

쉽게 말해서 땜질 그만하고 디지털 오디오 플러긴이나 취미삼아 만들어보겠단 소리다.

엇그제도 다 만들어져 있는 프리앰프 플랫폼에 모듈 하나 올려서 테스트해보려다가 컴퓨터며 오디오인터이스며 기타며 모두 동원이 되었다. 더구나 고압의 위험, 잘못하다가는 멀쩡한 기계를 태워버릴 수도 있고. 도무지 무슨 영광을 보자고 이런 일을?

이미 머리속에 다 그려져있는 파형이며 앰프 구조며 회로며 이것을 실현하자고 1-2시간을 땜질에 쏟아부어야 하고 적당한 부품이 없어 대체부품을 끼워넣느니 마느니 피곤하게시리 골치아팠던 거다.

더구나 1-2분짜리 샘플 하나 만들자고 캐비넷 시뮬을 포함해서 이것 저것 뒷처리 플러긴들 붙여줘야할 것도 많다. 아날로그로 시작했지만 대부분은 다 디지털이었던 거다.

아무리 프리앰프 회로의 공을 들여만든다고 한들 뒷단 EQ를 어떻게 만지냐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듯 (스스로가 기타 쟁이이고 음향 엔지니어 경력 10년이 넘는 이들도 구분을 못할 정도로) 아날로그 세계가 창조의 시발점에 있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여태도 있는 것이지.

이미 앰프 시뮬 플러긴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한지 오래인데, 어떤 플랫폼에서 뭘 만들어야 빠른지도 모르겠고 하다 못해 VST만 해도 초심자가 빨리 접근하기엔 불편한 구석이 많았는데, 이건 왠걸 AU (audio unit)은 정말 너무나도 편하게 되어있는 거다. 게다가 지금 세상을 주름잡는 음향 플러긴의 3형제인 (VST/AU/AAX)를 통합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나와있으니, 개발하는 사람 입장에선 하나만 만들면 OS 환경에 무관하게 모든 환경에서 동작하는 플러긴을 만들 수 있는 거다.

잡설이 너무 길었다 일단 아래를 방문해 보자.

https://github.com/olilarkin/wdl-ol

그래도 이렇게 ‘돈’에 얽메이지 않고 착한 일을 하는 이들은 이름으로 보면 대부분 북유럽 사람들이다. 일단 머리숙여 감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