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잡음..2

앰프 시뮬 플러긴이 증폭을 엄청나게 하다보니 바닥에 깔려있는 잡음까지 다 끌어올려 귀찮은 소리가 난다고 했는데, 게이트를 프로그래밍해서 넣어보니 너무 부자연스럽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만들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그렇다고 그 효과도 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어 그 전단에 EQ를 붙여보니 사실상 2-4kHz 정도에서 cut-off이 되는 filter를 넣어도 그다지 음질의 저하를 못 느끼겠기에 넣었더니 게이트보다 효과가 좋다.

진공관 앰프라고 입력에 잡음이 없을리 없을텐데 어찌 그리 잠잠할까 생각해보니 진공관이 TR보다 소자 특성이 좋지 못하기에 가능한 것이구나 했다. 그 얘기는 전자가 진공속을 흘러흘러 전류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본의 아니게 전극간의 C(capacitance)가 생겨 전극간의 교류의 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capacitance를 parasitic capacitance라고 하는데,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transistor보다 큰 값을 갖는다. 왜 이게 문제가 되냐면, 입력의 높은 주파수의 전류는 그리드에서 캐소드로 흘러나가고, 또 플레이트쪽으로 흘러버리기 때문이다. 이게 흘러나가지 않으면 그리드-캐소드간 전압으로 잡혀 그대로 증폭될텐데 말이다.

Miller Effect라고 해서 증폭회로에서 이 parasitic capacitance를 계산하는 방법을 마련했는데, 어쨌든 증폭률이 커지면 커질 수록 이 capacitance가 커지고 입력으로 연결되는 전원의 출력임피던스와 함께 RC filter를 이루게 된다. 즉, 전원의 출력임피던스가 크고 증폭률이 클 수록 cut off frequency가 낮아지게 되어 자연스럽게 고주파 신호가 깎여나가게 된다. 즉, 고주파의 신호를 다 살려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 임피던스를 낮춰야 되고 (즉 앞단의 전압 증폭률은 낮추고) 해당 증폭단의 증폭률도 낮춰야 된다는 얘기다. 아니면 parasitic capacitance가 낮은 관을 쓰든가. 어쨌든 이러한 훌륭한 특징 덕택에 입력단의 고주파 잡음이 다음단으로 전달되지 않고 찌그러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하모닉 중에서도 불필요한 고음은 계속 cut된다. 대략 30-70배 정도의증폭률과 입력단에 연결된 전원의 높은 임피던스를 감안하면 대체적으로 수KHz~십여kHz에서 cut-off이 일어난다. 다시 말해 가청 주파수에서 거슬리는 잡음 대역을 걷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본래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기타에 딱 좋게 만들어진 증폭소자라 할 수 있다.

그냥 관하나를 가져다 꽂으면 잡음대책/어여쁜 찌그러짐을 다 해결하는 것이다. TR로 이것을 흉내내려면 많은 부품을 붙여줘야된다 (차라리 안만들고 말지).

어쨌든 filter를 붙이는 것은 사실상 프로그램 몇 줄이면 되는 것이고, 고생은 CPU가 하는 것이니 나는 모른다 하겠는데, 생각해 보면 진공관이 쓸데없이 열을 내고 고압을 쓰는 것이나 그걸 흉내내려고 CPU가 많은 계산을 하면서 전기를 소모하는 것이나 (전력 효율면에서는 진공관이 나은 것 같다고 본다만) 그게 그거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