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기분..

우울한 기분을 정말로 오래 가지고 살다보면 이런 기분에 휩싸여 매일 매일을 보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아마도 나 말고 다들 비슷하리라 본다. 그래고 기분 좋게 살면 다행인 것이고. 만일 내가 활력을 다시 되찾게 된다면 이렇게 보낸 하루 하루들이 너무 너무나 아깝게 느껴질 것만 같다. 어찌보면 사람으로서 부여받은‘살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고통속에 흘려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내 자신을 보면 갇혀진 나에서 살짝 물러서서 날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만.

얼마전 우연히 듣게 된 TED talk에서 받은 영향이 크다.

“The opposite of depression is not happiness, but vitality.”

그렇다. 우울함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활력이 있음’이다. 우울한 기분이 심하면 아무 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또 이런 말이 생각 난다.

“우울함을 구태여 설명하자면, 비가 오는 날 생일을 맞은 어린 아이의 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멀쩡한 날씨에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난 늘 어떤 기분으로 살아왔는지 다시 생각해봤다. 그저 매일 매일의 삶을 어찌지 못해서 그냥 꾸역꾸역 죽지 못해 사는 기분으로 오랫동안 살아오진 않았나 되짚어본다.

한창 나가 놀고 싶을 때에 장마가 와서 하루 종일 마루에 누워 비가 오는 밖을 내다보던 생각이 난다. 그 때의 기분도 지금 처럼 우울하진 않았다. 그저 약간 심심했을 뿐. 생일날에 비가 와도 마찬가지였고.

생각해보면 수많은 좋은 말들이 백해무효란 생각도 든다. 아무리 좋은 말들로 나의 감정을 가다듬으려 노력하고 해도 기분이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어떻게 해볼 방법은 없다. 아무 이유 없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열심히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데 그래도 매일 매일을 살아야 한다. 마음에 이런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데도 살아가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 물론 관심을 가져주거나 돌봐주는 사람도 없다. 어찌보면 세상에서 곧바로 아웃 당할 수 있는 극도의 무한 경쟁 사회에서도 말이다.

정말로 오랜 동안 내 기분이 비오는 날 생일을 맞은 어린 아이보다 못한 기분이었다면, 뭔가 조치가 필요한 상태인 것이다. 그저 좀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고 지나가다가 나처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