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id State Guitar Amplifier

Solid State하면 ‘고체 상태’라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우리가 아는 ‘반도체’ 혹은 트랜지스터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른 해석일 것이다. 전기/전자공학 관련 학과에 다니면 ‘Solid State Electronic Device’라는 과목을 배우는데, 반도체를 해석하는 기본적인 내용(=수식)을 공부하게 된다. 대개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이 아니면 번역본을 사서 공부하게 되는데, 번역본이나 원서나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는 정말로 쉽지 않다. 책을 읽어서 공부할 내용이 아니라는 거다. 모든 내용을 이해한 뒤에 (혹여 그 내용을 잊게 되더라도) 다시금 책을 읽으면 내용을 알 수 있다. 공학 공부는 대개 그렇다.

무슨 말이냐면, 용어들이 어떤 물질의 상태라든가 그것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언어로 정의해놓은 것이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말을 아무리 동원해서 설명하려고 애써도 그게 쉽게 와 닿을 수가 없는 거다. 무슨 말이냐면, 과학 기술 개발에 대해서 펀딩이 마구 마구 이루어지던 시절에 (아마도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던 군비경쟁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러 저러한 실험을 하다가 얻어진 결과를 해석하다보니 그것이 추상적인 언어로라도 표현을 해야했기에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서 열심히 그림도 그려보고 상상도 해 보고 다양한 예제를 가져다가 실험도 해보고 하는 동안 서서히 깨닫게 되는 거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는 완벽하게 알 수 없지만 (자연현상이니까 대부분 그 해석도 가설에 근거한다), 이러한 현상을 해석해서 좋은 쪽으로 이용해야하니 이런 식으로 모델링을 했고, 그래서 이런 수식으로 계산하고 이해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실제로 그 코딱지보다도 좁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구경해본적도 없고 들여다 볼 수도 없다. 그저 그렇다니 그러려니 해야 할 뿐.

그런 과목을 공부하고 앉아있으면 정말 이 나라에서 큰 상이라도 줘야 할 것 같고, 이 고생을 한 노고를 언젠가는 인정받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그것은 잠시 일 뿐, 이 과목에서 학점을 쉽게 말해 ‘조지게’ 되면 골치 아플 뿐더러, 다른 과목과 더불어 학점 전체가 좋지 못하면 앞으로 두고 두고 대가를 치뤄야 하니, 어떠한 ‘보상’은 고사하고 결국엔 제대로 못하면 ‘국물도 없는’ 상황에 이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쨌든 이런 과목들을 학점의 압박으로 깊이 공부하다 보면, 또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별 수 없이 재탕 삼탕하게 되면, 또 개념적인 ‘썰’을 시험지에 풀어제끼려면, 이 책에서 사고하는 방법으로 사고하고 상황을 관찰해야 하니, 정상적인 일반 사람들이 하는 것과 다른 사고를 해야할 일이 많아지고, 그런 일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점점 재미없고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더군다나 주입식 교육에서 막 벗어났나 싶은 어린 나이에 이런 과목을 공부하면 그 폐해는 더욱 더 커진다. 현실과 전공과목을 구분 못하며 애매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습관도 늘어간다.

차라리 이 용어들이 의대에서 배우는 용어들과 같았다면,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참 있어보인다’ 했을텐데, 도무지 공학 용어들은 일본에서 온 말인지 미국에서 온 말인지 애매할 뿐더러 이런 정체불명의 용어들을 자꾸 사용하다보면 도대체 이런 뿌리도 애매한 공부를 왜 하고 있나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가 공학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러한 용어와 단어가 미국에서 탄생했는데, 그것을 선진 문물 흡수에 가장 선도적이었던 일본인들이 자기들 문화에 맞게 한자어로 받아옮겼기에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일본으로부터 공학기술을 정신없이 배우고 베껴오던 한국 입장에서는 용어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공부하기 바빴을테고. 더 웃긴 것은 일본인들이 만든 한자어로 된 공학 용어를 정작 중국인과 소통할 때 쓰면, 그 역시도 호환성이 없어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것은 중국인 엔지니어들과 대화하다가 알게 되었다). 한자를 사용해서 만든 말이지만 정작 한자를 나랏글로 쓰는 이들과 소통할 수 없단 거다. 다시 말해 이들이 공학기술을 배우고 가져온 곳이 일본이 아니란 말도 될 것 같다.

지금 기억으로 보면 이 책의 저자가 Streetman이란 family name을 갖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주먹 좀 쓸 것 같은 느낌의)’거리의 남자’가 ‘반도체’를 하는 좀 잘 이해가 안되는 상황을 떠올리곤 했다. 우리가 아는 반도체 이전에 있었던 게 진공관이었다고 보면, 왜 Solid State를 다이오드나 트랜지스터 같은 반도체를 의미했는지 좀 의아하기도 하다. 진공관도 딱딱한 유리관안에 전극과 히터가 조립되어 들어가 있는 놈이라 역시나 Solid state인데 말이다. Solid state의 상대적인 말로 Vacuum tube는 Gaseous state라고 해야 맞는 것인지 왜냐면 이것이 Liquid state는 아니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이름을 가장 처음 붙인 이들이 짱이니까, 우리는 전자가 고체상태인 매체를 흘러다닌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싶다. Si라든가 Ge가 금속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그렇다고 절연체인 돌이라고 볼 수도 없기에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진공관에서는 기체도 아닌 빈 공간을 흘러다니는 것이라 이것을 어떤 State에 있다고 놓고 얘기하기도 뭐하겠지. 좀 재미있는 사실은 진공관에서 전자가 흘러다니는 것은 전기장 (Electric field)의 힘에 이끌려 흘려다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고체에서 흘러다닐 때는 전기장의 영향을 받을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전자구름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확산(diffusion)된다고 배우기도 한다. 즉, 쉬운 예로 방금 구운 도넛을 방한가운데 놓으면 도넛이 풍기는 냄새 분자의 밀도가 높은 도넛으로부터 그 밖으로 점점 흘러가 위치상으로 떨어져있는 사람이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듯 말이다.

어쨌든 solid state를 얘기하려던 것은, 진공관으로만 만들던 기타 앰프에 transistor가 들어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었다. 한 때에는 진공관과 흡사한 반도체인 FET(Field effect transistor)를 이용해서 기타 앰프를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이것이 기타 앰프가 잘 팔리던 8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다. 드디어 기타 앰프의 세계에서도 진공관을 버리고 트랜지스터로 가자 뭐 그런 취지였는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돈을 벌고자 일하고 있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진공관 대신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면 부품수도 작아질 뿐만 아니라, 제작 단가가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진공관 앰프에서는 400볼트를 넘겨 전압을 올려줘야만 했는데, 반대로 전압을 내려주니 위험부담이 줄어들게 되고, 뜨끈 뜨근 달궈줘야 하는 히터 전원도 없엘 수 있고, 진공관 헤드가 한 무게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는 출력 트랜스도 쉽게 걷어낼 수 있다. 애니악에서 6502나 8086으로 갔듯이 기타 앰프에서도 일대 혁신을 할 수 있었던 거다.

당시 앞서가던 앰프회사인 Randall에서는 ‘이제 누가 진공관으로 기타 앰프를 만드냐’며 과감히 TR로 기타앰프 헤드를 만들어냈는데, 보수적인 기타 쟁이들이 80년대에도 계속해서 진공관 앰프를 고집해 왔음에도 solid state amplifier를 쓴 기타쟁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우리가 잘 아는 기타리스트인 Dimebag Darrell이다. 이분이 왜 Randall의 solid state amp head를 계속해서 써왔는지는 나도 알길이 없으나, 돈없던 무명시절 쓰던 장비를 그대로 쓰길 고집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기까지가 서론이다. 삼천포로 많이도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