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실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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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살빼는 실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집에 나 홀로 있을 때였는데, 단백질 파우더로 연명하는 방식을 택해서 유쾌하진 않았지만, 평소 체중 대비 4kg 정도를 감량했던 기억이다. 서울에 와서 친구들과 소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피할 수 없었던 결과 평소 체중으로 회복하는데 2주가 걸리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미 나는 안먹고 노력하는 것으로 살을 빼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전문가의 강연을 들은 바 있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몸에는 항상성이라는 게 있어서 어느 날 갑자기 살을 뺐다고 혹은 찌웠다고 해서 그게 유지되는 게 아니라 결국 몸이 기억하는 예전의 몸무게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적게 먹으면 몸에서는 그 칼로리를 최대한 아껴쓰려고 애를 쓰게 되고, 반대로 일부러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초과 칼로리를 어떻게서 내보내려 한다는 말이다. 마치 수입이 어느 날 줄게 되면 지출을 줄여 수입과 지출이 맞게 유도하듯 말이다. 그래도 그래도 안되면 체지방을 이용하게 되지만, 결국 언젠가 다시 잘 먹게 되면 예전의 상태로 되돌린단 말이다. 그런데 찌운 살이 여러 해 가게 되면 그게 내 몸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 생체활동은 여기에 맞춰 돌아간다고 한다. 그 기준은 올라가기만 할 뿐 내려오지 않는단다. 우리 몸이 우리 조상들이 겪었을 수 많은 기근에 대응하며 살아오다보니 그리 되었다는데.
올해는 나 홀로 있던 여름 내내 3시 세끼 밥과 국이며 탕이며 열심히 끓여먹는 재미로 평균 체중을 약 2kg 정도 웃도는 수준에서 몸무게가 유지되고 있었는데, 더 이상 보기 흉해서 평균 체중 - 10kg를 목표로 체중 감량을 진행 중이다. 시작한지 2주 되었는데 평균 체중 대시 2kg 정도 감량했다. 시작대비 약 4kg 정도 감량한 셈인데 이런 짓거리가 절대로 몸에 좋을 리 없는 것이다.
좋아하던 맥주도 끊고 즐겨 해먹던 국이며 탕이며, 이젠 하루에 쌀알이라고는 거의 한 두알 넘기지도 않는 지경까지 왔으니 말이다. 대낮엔 풀과 스모크드 햄 몇 장 먹는 게 전부고, 오전엔 달걀 몇 개 먹는 게 전부다. 저녁엔 단백질 파우더 대충 먹거나 말거나. 그리고 남는 시간은 취침으로 대체한다. 잠을 자는 동안엔 먹을 게 떠오르진 않는다. 요즘 심리 상태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보니 장시간 수면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오래 누워있으면 허리가 몹시 아프다는 것인데, 덕택에 짐에 가서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허리가 그만큼 중요한 것인데 말이다.
한 때 짐에서 열심히 운동하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3달을 쉬어버린 이후로는 다시금 그 때의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어쨌든, 운동을 해서 뺄 수 있는 칼로리는 지극히 낮고, 다만 운동을 해줘야 하는 이유는 칼로리 부족으로 살을 빼고 나면 그 몰골이 초라해지기 때문에 혹여 도움이나 될까 하고 빼는 것이다. 거울을 보면 몸이 좌우로 길어보이게 만드는 근육과 가슴이 먼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얼굴 가죽도 얇아진 듯 주름이 쉽게 지고.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 그냥 보고 있다만. 살이 빠지면서도 근육이 발달하는 이들은 무슨 방법으로 운동하는지 신기할 뿐이다. 내가 아는 선에서는 근육을 만드는 이들은 미친 듯이 먹고 살을 찌우면서 운동하기에 가능하지 싶다. 근육을 어느 수준으로 올려놓고 칼로리를 조절해서 지방(+일부의 근육)을 빼내는 모양이던데.
예전에 같이 일하던 분 한 분이 체지방률을 5% 이내로 유지했던 것 같다. 딱 보면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의 체형과 달리 양쪽 볼이 푹 패여있고 몸이 매우 날씬하기 (너무 말라있기) 때문에 영양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람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평소에 식사량도 체지방률 15%을 넘는 나보다 훨씬 많고, 활동량은 비슷했던 기억이다. 이분은 얼마 되지 않은 근육이 얼마 안되는 피하 지방을 통과하여 아주 확연히 드러난다. 조금만 운동해도 이 근육들의 모양이 더 확실해보였던 것 같다. 난 반대로 얼마 안되는 근육이 두꺼운 피하지방층 때문에 아무 근육도 없는 것처럼 보여진다. 아무리 운동해도 근육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극심한 근육통만 있을 뿐.
어쨌든 이번 시도에서는 안먹고 얼마나 뺄 수 있을지 도전해보려고 한다. 이전과 방법을 달리해서 칼로리에 별 도움 안되는 것들을 수시로 먹어댈 생각이다. 여기에 보조로 칼로리를 계산하는 사이트들을 이용하고 있는데, 하루 섭취 칼로리양이 120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빨간 글씨들이 튀어나온다. 아무리 살을 빼려고 하더라도 1200 칼로리 이내로 먹고 다니지 말란 얘기다.
1200만큼 먹어서 도대체 언제 살을 뺀단 말인가? 대신 작게 먹으니 뭘 해보고 싶은 의욕도 없고 뭘 궁금해하는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쨌든 내 표준 체중에 도달해보겠다는 것이 내 단기 목표다. 그런데, 우리 나라 성인을 위한 표준 체중, 이거 근거가 있는 건가? 도무지 왜 이리 낮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