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전자담배 실험기

그동안 연초를 피우다가 몸에 안 좋은 것 같아서 끊었다가 또 스트레스가 사정없이 폭주하면 다시 피웠다가를 반복했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1년 정도 끊고 지냈던 적도 있고 3년 넘게 끊고 지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의미로 보면 담배는 정말로 끊기 힘든 것이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개 담배를 끊는 것에 대해서는 인내력이라든가 사람의 인간성까지 운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끊는 것을 위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삶의 스트레스가 몰아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담배를 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본인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것이겠지만, 그 외적인 것을 보면 담배 냄새가 매우 독해서 온몸과 옷에 베이게 되는 것, 그로 인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이 첫번째가 아닐까 한다. 두 번째는 실내에서 흡연을 할 수 없기에 밖에 들락거려야 한다는 번거로움 정도가 있을 것 같다. 또 몇 가지 더 보태면 담배 재와 꽁초가 문제가 되고 뒷처리도 깔끔하게 잘 해야한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전자담배라는 것이 나온지 꽤 됐고, 내 기억으로는 6-7년 전에 전자담배 애호가가 주위에 있었을 정도로 많이 보급되었다 싶고, 그동안 기술도 많이 발전해서 정말 다양한 기기와 액상들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담배값이 올랐기 때문인지 서울 길거리에서 전자담배 가게를 볼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또 적당히 프로모션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인터넷을 돌다보면 나에게도 전자담배에 대한 광고가 노출될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서 호기심에 초보자를 위한 키트를 살까 말까 하다가 이래저래 관리도 귀찮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은지라 일단 일회용에 도전해볼까 하다가, 오늘 근처 주유소에서 일회용 전자 담배를 사봤다. Blu라고 하는 일회용, 그러니까 배터리와 액상을 충전할 수 없는, 전자담배를 테스트 삼아 이용해봤다. 주변 지인들은 전자 담배에 대해서 인상이 좋지 않았는지 경험삼아 해보라는 말 뿐, 여전히 연초를 선호한다고 했다.

첫느낌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목넘김, 목에 주는 타격감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런 타격감이 없었다. 포장지에 써 있는 것으로는 니코틴이 2.4%라고 했는데, 이것은 연초로 따지면 3mg 이상의 니코틴 농도로 약간 높은 축에 낀다고 하는데, 3mg짜리 연초를 피우는 것과는 비교하기가 힘들다. 느낌이 그보다 훨씬 약하다고나 할까? 향은 담배처럼 독한 향이 나지 않고 무엇보다 화상이나 화재로부터는 안전하기 때문에 손으로 다루는 것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한참을 폈을라나 역시나 연초가 주는 뭔가 몸을 해치는 그런 요소, 그렇지만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머리가 흐리멍텅해짐으로써 잠시 잊게해주는 요소는 부족했다. 아마도 나는 담배를 피는 것을 통해서 니코틴을 필요로 했다기 보단 그외의 독성물질을 원했던 모양이다.

흔히들 전자담배를 썼더니 흡연량이 늘었다더라 하는 것을 보면 아마 같은 이유가 아닐까한다. 골초라 불리우는 연초 애연가들 입장에서 전자담배를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몸에 해가 되는 요소를 더 잘 참아내는 것이 진정 담배 맛을 아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흡연은 전자담배든 연초든 백해무익한 것이다. 폐암 발병률을 엄청나게 높이는 것으로 모잘라 모든 호흡기, 간, 그외의 내 몸의 모든 세포에 악영향을 준다. 간접흡연을 하는 사람들에게나 몸이나 옷에 쩔은 담배냄새를 맡는 사람들에게 큰 불쾌감을 준다. 지금껏 흡연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거나 혹여나 흡연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일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내 기억을 되살려보면, 난 성인이 된 이후로도 담배와 친하지 않았고, 대학생때 학교 술자리, 써클 모임에서 다른 이들이 음주와 함께 미친 듯이 펴대는 담배때문에 현기증을 일으키거나 어지러워서 금방 자리를 뜨는 이유로 선배들에게 안좋은 소리도 많이들었다. 쉽게 말해 당시 나는 술과 담배를 즐기는 이들은 스스로 건강하게 물려받은 몸과 정신을 쓸데없이 자학하고 낭비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으니까.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던 내가 담배의 유혹에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내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서 부터가 아닌가 한다. 일종의 자학으로 출발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악순환이다. 내가 스스로 내 인생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면 뭔가 해소할 방법을 찾고, 그것을 내 몸을 자학하는 방법으로 해소하려하다 보면 가장 쉬운 것이 담배 중독이다. 또 그렇게 담배에 중독되면 니코틴이 모자를 때마다 뭔가 안절부절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생각을 더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흡연양은 점점 늘게 되지만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거나 불안한 느낌을 갖는 것 또한 빈도가 높아진다.

삶이 만족스럽다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 것은 그 이유가 아닐까 한다. 다시말해서 담배는 육체적인 건강을 엄청나게 해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신적으로도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흡연자들마저 백해 무익하다고 하는 것을 일부러 피울 필요는 없다. 그리고 비흡연자가 흡연자가 되기 위해서는 한 두 번 흡연 경험으로는 어려운 것이다. 의지를 가지고 담배를 피우려는 노력 없이 중독되지 않는다.

혹시나 전자담배를 피는 것이 연초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으니 고려하던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적어보았다.


일회용의 경우 대개 충전지를 내장하고 있지만 충전할 방법이 없어서 재사용이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액상이 다 없어진 것 같지 않은데 배터리가 수명을 다해서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단 앞에 있는 LED 창을 빼내면 3개의 전극이 보인다. 2개의 전극이 배터리의 +/- 전극이고 하나가 Switched 전극이다. 예상하는 바와 같이 이것은 puff를 할 때 switched on이 되는 전극이다. 따라서 +/- 전극에 3-4v 정도의 전압을 가해서 충전하면 된다. USB 단자를 이용해도 되긴 하는데 전류 제한을 위해 어느 정도의 저항을 달아주어야 하는 것이 좋다. 왜냐 하면 USB 단자를 통해서 너무 많은 전원을 끌어쓰면 OS에서 경고를 내보내고 PC에도 별로 좋지 못하다. 물론 Charger의 경우는 예외다. 액상은 입과 닿는 부분의 커버를 벗겨내어 원통을 따라 액상을 부어넣으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커버를 벗겨내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이 자체로도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혹시나 생각이 있다면 시도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좋다고 하진 않았다 나름 많은 노동이 들어간다).


결국 재충전이 가능한 전자담배를 구입해서 nicotine 0%의 menthol e-liquid를 사용해보았다. Blu는 너무 순하고 담백했던 반면 무 니코틴임에도 충격이 매우 컸다. 액상에 따라 엄청나게 다양한 재미(?)를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가성비는 이곳에서 연초를 구입해서 피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좋은 것 같다. 이곳에서는 한갑이 거의 8불 정도가 되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